[Z시세] "대기업 취업이 목표"라는 친구에게 '꿈'을 물었더니

지선우 기자 2024. 1. 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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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33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업 성공에 초점을 두고 취업만을 강조하는 기조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박모씨(26·서울 성북구)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 대기업 A사 입사를 희망한다. 이유는 높은 연봉과 좋은 사내 복지 제도 때문이다. 박씨가 A사에 입사해 하고 싶은 업무나 분야는 딱히 없다. 하고 싶은 일을 따라 A사 입사를 꿈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A사에 입사하면 돈을 모아 사고 싶은 물건을 쉽게 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삶을 꿈꾼다.

최근 청년층의 직업 선택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21년 '청년 직업 선택 기준'을 지난 2012년과 비교한 결과 직업 적성·흥미가 선택 기준이라고 답한 청년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이 꿈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정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직업을 찾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진로를 탐색하지 않고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은채 단지 수입·안정성만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머니S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올바르게 꿈을 꾸고 있는지 알아봤다.



취업도 어려운데… "하고 싶은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전문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자신의 꿈보다는 돈이나 안정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국민대학교 진로프로그램 '코렙'(왼쪽), 국민대학교 진로프로그램 '주니어 코렙'(오른쪽). /사진= 국민대학교 제공
김태완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한국은 시간에 예민한 민족"이라며 "19세에 대학, 28세에 취업 등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면 낙오자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 진로설계 과목을 강의하다보면 아이들이 꿈보다는 돈이나 안정에 더 큰 가치를 두더라"라며 "최근에는 직장 위치가 집과 가까운지, 서울인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취·창업과진로설계' 과목을 강의하고 있으며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무형 핵심직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코렙'(CoREP)을 국민대학교에 도입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코렙이 성황리에 운영되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직무 프로그램을 기획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예비 직무 전문가 양성과정인 '주니어 코렙'도 국민대에 도입해 6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해진 나이에 결과를 내야 하는 사회적 틀이 유독 한국·중국·일본과 같은 국가에서 보여진다"며 "한국은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하지만 서구권의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몇년씩 투자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더이상 학생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 같다"며 특히 문과의 경우 채용 기회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취업 자체가 어렵다보니 학생들이 꿈을 꾸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은 돈 버는 수단… "진로 탐색보다는 자격증 공부"


삽화는 기사 내용과 무관. /삽화=이미지투데이
꿈을 꾸지 않는 청년들은 취업하기 위해 현실적인 조건에 매달린다. 취준생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 자격증 준비, 자소서 작성 등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취준생 이모씨(29·서울 중구)는 "진로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당장 취업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현실적으로 취업을 앞두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 게 심적으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현실적으로 진로 탐색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당장 꿈을 정하지 않더라도 '동사'로 꿈을 꾸며 계속해서 진로를 찾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중등교사를 꿈꿨다가 교생 실습 이후 포기한 일화를 들려주며 이후 IT 개발자로 일했지만 결국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꿈꿨다면 더 일찍 지금 하는 일을 찾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직장을 돈 버는 수단으로만 여기면 안된다"며 "돈·명예가 중요한 요소임은 맞지만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고 일을 통해 어떤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자소서를 작성할 때 지원 동기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취업에 집중된 정부정책… "단발성 진로 프로그램일 뿐"


사진은 지난해 10월18일 대구 수성구 SW 융합테크비즈센터(DNEX)에서 열린 '2023 청년굿잡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15~64세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인 69.6%,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인 2.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핵심 취업층인 20대 후반 청년의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넘어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률에 집중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과 예산이 기술·직업 교육에 치중된 점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고용률·실업률처럼 가시적인 수치가 나오지는 않지만 진로 탐색과 같이 근본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어떤 형태일까. 김 교수는 "단발성으로 진로 로드맵을 그리는 등 단기 프로그램은 있지만 장시간 진로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프로그램은 없다"며 "취업은 취업률 등으로 가시적이지만 진로를 찾는 것은 비가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시간 진로를 찾는 프로그램이 생긴다 하더라도 청년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할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취준생 장모씨(26·서울 중구)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참여해보고 싶지만 오랜 시간동안 참여하는 건 부담스럽다"며 "취업을 위해 준비할 것이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 중 취업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불안감이 커져 꿈을 생각하는 시간이 사치처럼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일을 찾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준비하는 것과 남이 좋다고 하는 것을 준비하는 건 마음가짐부터 결과까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들이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성공한 사례를 접하며 진로 탐색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간을 할애할 용기를 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선우 기자 pond199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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