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상반기 바닥찍는다'…PF 옥석가리기 속도
상반기 사업장 옥석가리기로 PF 구조조정 속도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 등 5대 증권사들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평균)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중 일부는 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 운용과 브로커리지 수익이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거래 미수와 관련된 충당금 부담이 높아지면서다.
올 상반기에도 위기 상황은 계속된다. 해외부동산펀드 만기가 돌아오면서 평가손실이 현실화되는 한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PF 구조조정 시계가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실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충당금 압박에 대형증권사 이익 부진…일부 적자 예상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10일 보고서에서 5개 증권사의 2023년 4분기 합산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이 -880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1030억원, 185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도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분석이다.
사업 부분별로는 5개사 합산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이 전분기보다 17.1% 줄어들 것으로 봤다. 주식 거래량이 줄면서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수익도 하락세를 보였다.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8.6% 뒷걸음 쳤다.
IB 수익도 8.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기업공개(IPO) 확대로 주식발행시장(ECM)이 회복세를 보였고, 채권금리도 안정되면서 채권발행시장(DCM)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 금융이 여전히 정체구간이다. PF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구조화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강승건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PF 연착륙 방안 시행에도 높아진 이자부담과 원자재, 인건비 부담이 수익성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또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딜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해야 신규 딜로 연결될 수 있지만, 아직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구조화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도 전분기대비 8.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금리가 하락하며 채권운용환경이 큰 폭으로 개선됐음에도 증권사들이 보수적으로 듀레이션을 단기 관리하면서 실제 평가손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충당금 부담이 이전보다 커진 점도 4분기 실적의 변수다. KB증권이 예상한 4분기 대손충당금을 포함한 기타손익은 -7864억원에 달한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와 PF 손실에 대비해 높은 충당금을 쌓으면서다. 키움증권의 경우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충당금을 4333억원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부동산 옥석가리기 본격화…실적 저점 확인
강승건 연구원은 증권업종이 올해 상반기 저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투자의견 '중립'으로 유지했다. 해외부동산 펀드의 선순위 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어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자산 평가 주기인 2분기에 대규모 평가손실을 반영한 이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감독당국의 옥석가리기 발언 등으로 부실PF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사업성 평가 뿐만 아니라 감독당국의 의지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고 상반기 중 정책기조의 변화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등을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무엇보다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 현실화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감독당국의 결단을 앞당길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시중금리 하락과 신용리스크 완화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은 하반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증권업종의 실적 턴어라운드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증권업종 최선호주로 한국금융지주를 꼽았다. 강 연구원은 "부동산PF 시장 정상화는 IB 부문의 회복을 의미하는데 IB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증권사"라며 "금리 하락과 신용스프레드 축소 구간에서 발행어음에서의 대규모 평가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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