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후 ‘라떼’되뇌는 꼰대 안되려 쉼없이 공부”

장재선 기자 2024. 1. 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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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후배들을 만나 대화를 할 때 '내가 옛날에 그랬다'라고 하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또 이야기를 하면 금방 꼰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새로운 공부를 해서 그걸로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귀중한 시간을 선배에게 내준 후배들에게 손해가 없지요."

김도진(64) 전 IBK기업은행장은 퇴임 후 4년간 200여 권의 책을 독파한 까닭의 하나를 9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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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어떻게 - 책200권 읽고 2번째 서평집 김도진 前 IBK기업은행장
취업제한 3년… 공부방 마련
4년간 트렌드 책 등 두루 독파
독후감과 인상깊은 대목 기록
“생각근육 키우는 독서,삶원천”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9일 자택의 서재 책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환하게 웃고 싶었으나 잘되지 않더라”며 “그래도 아내(정정애 씨)가 찍어줘 이나마 자세를 잡았다”고 했다.

“퇴임 후 후배들을 만나 대화를 할 때 ‘내가 옛날에 그랬다’라고 하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또 이야기를 하면 금방 꼰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새로운 공부를 해서 그걸로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그래야 귀중한 시간을 선배에게 내준 후배들에게 손해가 없지요.”

김도진(64) 전 IBK기업은행장은 퇴임 후 4년간 200여 권의 책을 독파한 까닭의 하나를 9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19년 행장에서 물러난 후 취업제한 기간(3년)에 걸려 있는 참에 집에 공부방을 마련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퇴임 직전에 다녀온 여름 휴가에서 독서를 하며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은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제가 평생 금융, 경제 쪽 일을 했으니 그쪽은 가능하면 피하고 역사와 종교, 철학, 문학, 미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라 읽었습니다. 휴대전화 유료 메모장(에버노트)을 이용해 독서 내용과 소감을 적고, 그걸 제 SNS에 올렸지요.”

그는 그렇게 올린 글들을 정리해서 최근 서평집 ‘내 인생의 나침반’(바른디자인)을 펴냈다. 2022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내면을 깨우는 사색’에 이어 두 번째다.

대판 500여 쪽이 넘는 이번 서평집을 보면 그가 얼마나 꼼꼼히 책을 읽는지 알 수 있다. 독후감을 앞에 적고, 책의 내용 중 인상 깊은 대목을 페이지와 함께 기록함으로써 독자가 그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에밀’ ‘사기열전’ 등의 고전부터 ‘이건희 컬렉션’ ‘트렌드 코리아 2024’ 등의 최신 흐름을 담은 서적까지 두루 걸쳐 있다. 책 선정은 지인들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 등의 추천을 폭넓게 참고했다.

“디지털 분야에 조예가 깊은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께서 많이 이끌어줬습니다. 서평집 전자책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강 판사 조언에 힘입은 것이지요.”

강 판사와의 인연 때문인지 그의 서평집엔 법조인들의 책도 포함돼 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김종민 저)에 대한 독후감은 지극히 절제된 언어로 정치에 의해 왜곡된 사법개혁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김 전 행장은 경제 쪽 책은 피했다고 했으나,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책 ‘세븐 어젠다- 행복 선진국을 위한 일곱 과제’는 서평을 길게 기록했다. 그 마지막에 있는 대목이 특별한 공감을 자아낸다. ‘UN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순위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1)정치가 특권화하지 않고, 2)국민 일상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고, 3)국민이 정치과잉 사회로부터 벗어나 탈정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행장은 작년 5월부터 법무법인 세종 고문직을 맡아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에 독서 시간이 줄었으나, ‘주 1권’은 지키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세상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시야를 더 넓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겠지만, 생각의 근육을 다지는 독서가 삶의 밑바닥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직장생활이나 퇴임 후 시간을 나름대로 충실히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어머니의 기도와 아내의 뒷받침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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