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부동산PF 관리 촉각…충당금 쌓고 비상계획 가동
"중소형 증권사, 충당금 늘리고 유동성 관리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웅 이민영 기자 =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자산건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충당금을 쌓고 자체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부동산 PF 신용공여 18조6천억원
10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총 18조6천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잔액 규모를 보면 KB증권(2조5천102억원), 메리츠증권(2조243억원)이 2조원대로 가장 크고, 한국투자증권(1조6천443억원), 삼성증권(1조4천325억원), NH투자증권(1조2천798억원)이 1조원을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9천364억원), 하나증권(9천362억원), 교보증권(8천553억원), 키움증권(8천321억원), 대신증권(8천203억원), 하이투자증권(7천15억원), 현대차증권(5천28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중소형사 중에는 다올투자증권(3천651억원), 유진투자증권(3천578억원), 신영증권(3천568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2천513억원), SK증권(2천389억원) 등이 2천~3천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말 21조4천99억원에 비해 13%가량 줄었다.
증권사들은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 위기 이후에도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PF 위험관리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3.85%로 여전히 금융업권 중 가장 높지만, 2022년 말(10.38%)에서 지난해 3월 말(15.88%), 6월 말(17.28%)로 오르다 둔화된 모습이다.
태영건설 사태로 경고등…충당금 부담 증가
지난달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으로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 우려가 재확산하면서 증권업계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 증권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증권사인 A사 관계자는 "4분기 충당금은 태영건설을 비롯해 추가적으로 부실한 부동산 PF 등이 나타날 가능성을 감안할 때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인 B사와 C사는 작년 4분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은 3분기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대손충당금은 총 3천억원 규모였다.
D사는 "금융당국이 지속해 부동산 경기 부진을 모니터링하고 증권사 내 PF 부실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한 올해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총 1조1천억원 규모지만 대부분 대형 증권사여서 자기자본의 2%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직접적인 위험보다 충당금 부담 증가로 인한 실적 악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현재 태영건설과 관련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있는 기업은 추가로 충당금 적립을 할 것으로 보여 올해 증권사들의 충당금 규모는 기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비상계획 가동…"중소형사 엄격한 관리 필요"
증권업계는 충당금 적립 이외에도 태영건설 사태를 비롯한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최근 KB증권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D사는 "신규 부동산 PF 취급 시 본 PF, 수도권 주거용 사업장 등 상환 안정성이 큰 딜에 한해 선별적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지방 사업장 및 후순위 브릿지론 등 고위험 익스포저 취급은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E사는 "수시로 차주의 신용도, 분양률 등 부동산 개발 금융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해외대체투자 관련 신규 취급은 회수 가능성 등을 고려해 매우 제한적으로 접근 중"이라며 "취급 후에는 수시로 자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큰 만큼 중소형사들에 더욱 엄격한 수준의 위험 대응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형사들은 중·후순위 비중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평균적으로 50%를 넘어 특히 위험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충당금을 늘리고 유동성 관리를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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