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살리기’가 살리는 것[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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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까지 몰렸던 학전의 회생을 계기로 문화계엔 다시 '소극장 살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지경'이니, 일각에서 소극장을 두고 '밑 빠진 낡은 독' '돈 먹는 하마'로 부르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즉, 연일 관객이 붐비는, 지금의 공공극장과 대형 공연장의 탄탄한 시스템이 사실 모두 소극장들이 앞서 시도했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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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까지 몰렸던 학전의 회생을 계기로 문화계엔 다시 ‘소극장 살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극장이 어려운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폐관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들려왔다. 공연시장의 중심이 대극장 뮤지컬로 옮겨가면서다. 소극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졌고, 선정적인 몇몇 통속 무대를 제외하면 좀처럼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개성 강한 극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학로우리극장, 바다씨어터, 학전그린소극장, 창작극장, 가변무대, 상상아트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설치극장 정미소…. 특히, 2015년 삼일로창고극장(2018년 재개관)과 2017년 게릴라극장 폐관은 충격이 컸다. 33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만큼, 두 극장이 가진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1970년대 소극장 운동의 발원지였고, 2000년대 등장한 게릴라극장은 소극장의 미래를 상상한 실험적·대안적 공간이었다.
한국 소극장의 역사는 어느새 70년을 향해간다. 그러나 예술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며 공연 생태계 유지에 일조하던 소극장들이 하나둘 사라져 간 2010년대, 이미 일각에선 ‘소극장 시대’의 ‘끝’을 말하기도 했다. 그것은 저만치 저문 해라고, 대형 상업 뮤지컬의 기세에 속수무책이며, 적은 제작비로 최대 이윤을 뽑는 통속 연극의 난무를 도저히 막을 길이 없을 거라고. 여기에, 연극계 중추 역할을 하던 연출가들이 ‘미투 사건’에 연루됐고, 코로나19 한파까지 이어졌다. ‘소극장의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지자체나 공기관, 때론 대기업까지 크고 작은 지원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러니 팬데믹이 끝나 위축됐던 공연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지난해 한 예매사이트 거래액이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공연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린다는데, 반색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시장 안에서 한국 연극의 뿌리, 기초공연예술의 주춧돌인 소극장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으니, 아쉬움을 넘어 씁쓸해진다.
이 ‘지경’이니, 일각에서 소극장을 두고 ‘밑 빠진 낡은 독’ ‘돈 먹는 하마’로 부르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게다가, 문화 창작과 향유의 형태와 방식이 급변하는 때 아닌가. 기술 발전에 힘입은 매력적인 볼거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새로운 데다가 진지한 고민까지 잘 녹여낸 K-콘텐츠가 차고 넘치니 소극장의 존재 가치와 역할이 여전한가 물으면 잠시 주춤하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극장을 살려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입을 모은다. 소극장이 ‘살려 온’ 것들을 기억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소극장 살리기’가 ‘살릴 수 있는 것’이 아직 있다고 믿어서다. 무엇보다 예술과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연극, 즉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공간에 대한 본능적 갈망이 여전해서다.
한국의 소극장은 다양한 양식을 실험하며 연극의 지형도를 바꿨고, 무대와 객석의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관객 저변을 확대했다. 연극 인재 훈련의 장이었고, 예술 경영의 필요성도 부각시켰다. 즉, 연일 관객이 붐비는, 지금의 공공극장과 대형 공연장의 탄탄한 시스템이 사실 모두 소극장들이 앞서 시도했던 것들이다. 이미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져 가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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