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죽음 악용하는 野 집단 사기극[김세동의 시론]

2024. 1. 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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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무리한 경찰 수사 책임 큰 사건
마약 수사권 뺏곤 검찰 비난 野
李 ‘국가수사권력’ 책임 운운
조국은 ‘검경’ 책임으로 엮고
개딸은 李 옹호·韓 비난에 이용
김어준은 또 배후 음모론 제기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받다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의 죽음에는 무엇보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문제로 지적됐다. 첩보를 받아 사실 여부를 확인하던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됐고, 경찰은 이를 즉시 확인해줬다. 이례적이다. 유명인 마약 사건 수사를 선점하려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1차 간이 검사와 2차례 정밀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는데도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내사 포함해 석 달이나 끌면서 이 씨를 3차례 공개 소환했다. 사망 나흘 전인 지난달 23일 소환 때는 비공개 요청도 거절했다.

인천경찰청의 잘못된 수사와 더불어 공영방송과 유튜버 등 유사 언론의 선정적 보도도 이 씨 죽음에 큰 책임이 있다. KBS와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씨와 유흥업소 실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그대로 틀었다. 경찰이 압수한 증거물이 통째로 유출된 것인데, 경찰은 “우리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믿기 어렵다. 이선균의 비극은 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마약 확산 실태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탓만은 아니겠지만, ‘검수완박’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하면서 집권 내내 대검 마약 담당 부서 통폐합·축소 등 수사 역량을 약화했고 급기야 검찰에서 마약 수사 권한을 대부분 빼낸 책임이 적지 않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으면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은 사과와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다. 그게 어려우면 입이라도 닫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권 약화와 경찰권 강화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과 야권 인사들은 이 씨의 죽음을 검찰 비난에 이용했다. 대부분 민망한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범죄 피고인인데, 경찰의 문제를 검찰의 잘못으로 오도하면 자신들의 잘못이 희석될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이런 일에 빠지는 법이 없는 조 전 장관은 이 씨 사망 당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남 일 같지 않다.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검찰은 아무 관련도 없는데, 엉뚱하게 ‘검경’으로 한데 묶었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 전 장관이 이 씨와 일체화해 자신도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도 “검사는 언론의 생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정당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몰이를 한다”고 아예 검찰을 물고 늘어졌다. 위안부 할머니들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윤미향 의원은 “검경은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이 이 씨를 범죄자로 확신케 했다”고 가세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검사들의 습관적인 피의사실 공표 행위를 국회에서 공식화한 한동훈 전 장관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집단 기억상실증인지 양심상실증인지, 행태가 가관이다.

개딸들은 한술 더 떴다.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이선균을 보며 느꼈다. 이장님(이재명)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한동훈의 무리한 마약 수사가 이태원 참사도 야기했고, 이선균도 죽인 것” 등의 글을 올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공세에 활용하는 파렴치함도 보였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명시적으로 검찰 책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경찰이라고 적시하지 않고 ‘국가 수사기관’ 운운하며 은근히 냄새를 풍겼다. 이 대표는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가 수사 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며 “저의 책임도 적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고 했다가 1시간 만에 삭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수사 행태와 언론의 보도 행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보여 더욱 가슴 아프다”고 적었다.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를 지낸 사람들 수준이 참담하다.

최근 이 대표 피습 이후 민주당의 선생 격인 김어준은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 67세의 공인중개사 혼자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씨 전매특허인 음모론으로 보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조 전 장관,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무조건 통과시켰음이 틀림없다.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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