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경매선 박서보·이우환·달항아리 ‘훨훨’ 날았다
달항아리가 60억 최고가
회화는 박서보 34억 기록
톱10 중 4점은 이우환 몫
불황에 큰손들 해외 선호
국내 경매 ‘공급감소’ 우려
해외에선 박서보의 ‘체급’이 달랐다. 최고가 기록은 작년 10월 5일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세워졌다. 1975~1976년작인 초기 연필 작품 ‘묘법 No. 37-75-76’(195×300㎝)이 2041만 홍콩달러(약 34억4000만원·이하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2018년 소더비에서 약 27억5000만원에 낙찰받은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와 기록을 썼다.
작년 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간판 미술 작품들이 해외 경매에서는 훨훨 날았다. 소더비·크리스티 등 양대 해외 경매사에서 낙찰된 한국 작품을 전수 조사해보니 블루칩 작가들의 경매 기록이 국내 기록과 큰 격차를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경매에서 팔린 K아트 1·2위는 뉴욕 크리스티 3월·소더비 9월 경매에서 각각 60억원, 47억원에 팔린 조선 백자 달항아리였다. 뒤를 이어 상위 10점에는 이우환이 4점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5월 17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된 1978년작 100호 ‘선으로부터’는 19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곧이어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팔린 2020년작 ‘다이얼로그’(227.5×182㎝)는 19억원에 팔렸다.
작년 국내 경매시장 1·2위를 차지한 이우환(낙찰총액 135억원)·박서보(111억원)는 해외에서도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두 경매사에서 이우환은 16점이 나와 12점, 박서보는 7점이 나와 7점이 팔렸다. 국내 낙찰률이 각각 58.82%와 56.13%에 그친 걸 감안하면 해외의 타율이 훨씬 높다.
국내외 경매가 격차는 벌어지는 추세다. 김창열은 ‘물방울 No.16’가 5월 크리스티에서 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국내에선 5월 케이옥션에 5억2000만원 팔린게 최고가다. 정상화도 11월 크리스티 홍콩에서 ‘무제 85-12-A’가 5억1000만원에 팔린 반면 국내 최고가는 2월 케이옥션에서 거둔 3억원이었다. 박수근도 국내에선 5억원의 최고가를 찍었지만, ‘앉아있는 세 여인’은 5억8000만원에 3월 크리스티 뉴욕에서 팔렸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해외 경매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경매로는 작가의 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작년 미술시장을 뒷걸음질치게 만든 원인인 ‘공급 불황’이 한국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국내 컬렉터는 “국내 시장에서 경매를 참여할 이유가 줄고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황에서 국내외 경매의 접근성 차이는 크지 않고, 침체된 국내 경매에 출품을 하면 손해를 보고 팔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해외시장도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유럽·아시아에 비해 ‘강달러’의 힘으로 미국의 구매력은 건재하다. 국내 작품이 해외로 나갈 유인은 충분하다. 작년 양대 경매사에서 팔린 상위 10점의 판매액만 합산해도 220억7000만원에 달할만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상대적으로 좋은 작품은 외국 경매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작가의 이름에만 매달라는 초보 컬렉터가 많아 시장이 제한적이지만 해외 컬렉터는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고 국내에선 제한적인 10억원 이상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해외 경매 쏠림은 시장규모는 커졌지만 아직 성숙도가 부족한 국내의 한계 탓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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