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서 왔어요"…남극 외래종 ‘겨울각다귀’ 기원은 북극

극지연구소

A) 겨울각다귀 성체 수컷 B) 성체 암컷. 극지연구소 제공.

남극에서 발견된 외래곤충 ‘겨울각다귀’의 기원은 북극과 북미 지역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겨울각다귀를 비롯한 외래종이 퍼지면서 외래종 유입을 막는 국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극지연구소는 김지희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 강승현 선임연구원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겨울각다귀의 기원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7~2020년 세종기지를 포함한 5개 기지에서 겨울각다귀 성체를 채집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북극의 스발바르, 폴란드의 동굴 집단, 캐나다의 테라노바 국립공원 집단이 기원지임을 확인했다. 

겨울각다귀는 북반구 동굴 등에 서식하는 곤충으로 15~20년 전 처음 남극 사우스셔틀랜드 제도에서 보고됐다. 현재는 사우스셔틀랜드 제도의 킹조지섬에 위치한 세종과학기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지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이 됐다. 

남극은 1950년대까지 외래생물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다. 남극을 둘러싸고 시계방향으로 순환하는 거대 해류인 ‘남극순환류’와 극한의 기후가 자연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 변화와 남극 관광 등의 영향으로 현재는 외래종 침입이 늘어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다. 

연구팀은 겨울각다귀가 기존 서식지와 다른 남극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로 유전적 다양성을 지목했다. 특정 지역에 침입한 외래종은 일반적으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이지만 겨울각다귀는 기원지가 여러 곳이어서 높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진 배스, 뉴트리아처럼 한 번 유입된 외래종은 퇴치하기 매우 어렵고 완전제거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외래종의 남극 유입 방지를 위한 선제적인 국제 공동대응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에 지난해 11월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