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열풍, 일본차 존재감 키웠다
작년 렉서스 판매 전년비 78.6% ↑
현대차·기아 국내업계 맞불 반격
지난 2019년 이후 ‘노 재팬(No Japan)’ 불매 운동 여파로 발목이 잡혔던 일본차 브랜드가 최근 국내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차(HEV) 열풍 속에 일본 완성차 기업들이 ‘맞춤형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토요타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모두 1만356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연간 판매량 5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6% 늘어난 수치로, 렉서스의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지난해 판매량 순위 상위 톱5(BMW·벤츠·아우디·볼보·렉서스) 브랜드 가운데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볼보와 렉서스뿐이다. 일본차 브랜드인 토요타 역시 같은 기간 35.7% 늘어난 8495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상위 톱10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차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하이브리드차 선호 현상’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렉서스의 지난해 베스트셀링카는 7839대가 팔린 중형 하이브리드 모델 ES300h다.
KAIDA가 분석한 지난해 연료별 수입차 등록현황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년 대비 23.5% 늘어난 9만1680대가 등록되며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기차는 같은 기간 14.5% 늘어난 2만6572대가 팔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 내연기관 모델은 가솔린(11만9632대, 14.4%↓)과 디젤(2만2354대, 32.4%↓) 구분 없이 모두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었다. 업계 변화에 발맞춰 지난해 적극적인 신차 출시에 나선 것 역시 토요타와 렉서스 판매량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토요타코리아는 ‘모두를 위한 전동화’라는 전략 아래 준중형 SUV RAV4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크라운 크로스오버(CUV), 하이랜더, 알파드까지 4종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선보였다. 렉서스는 프리미엄 SUV 하이브리드 모델인 RX를 내놨다.
올해 역시 토요타가 프리우스 5세대의 완전변경 모델을 새롭게 출시하는 등 상품성을 갖춘 하이브리드 신차로 국내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선다.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8일부터 베스트셀링 모델인 ES 300h에 스포티한 감성을 더한 2024년형 ES 300h F SPORT 디자인 패키지 모델을 국내에 150대 한정 판매한다. 아울러 이달 전국 공식 딜러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친환경차 라인업을 체험할 수 있는 시승회를 진행한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주요 완성차들의 업체들의 실적에서도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등록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30만9164대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어난 수치다.
연간 기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30만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같은 기간 경유차 판매량(30만8708대)도 넘어섰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 2019년 10만4112대에서 5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모두 13만8306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5만7922대) 대비 138.8%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판매량은 6만592대로 전년 동기(7만372대)와 비교해 오히려 13.9% 줄었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54.7%(6만1907대)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2만274대)와 비교하면 무려 205.4% 급등한 수치다.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싼타페 역시 지난해 전체 판매량(5만1343대)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2만9854대)이 차지하는 비율이 58.2%로 과반을 차지했다. 내연기관 모델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더 많이 팔리기는 2021년 7월 싼타페 하이브리드 출시 후 처음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가솔린차를 비롯한 내연기관차의 사용 경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친환경차의 혜택과 연비 장점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동화 전환 속도가 다소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오랜 시간 기술 노하우를 쌓아온 일본 브랜드가 적극적인 신차 출시와 마케팅에 나서고 있어, 국내 브랜드와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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