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데뷔전 출격 이정영 "볼카노프스키처럼 마음속 불꽃 일으킨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28, 쎈짐)은 '노토리어스' 코너 맥그리거(35, 아일랜드)가 롤 모델이다. 자신감 있는 말투, 상대를 향한 공격적인 태도 모두 맥그리거에게서 배웠다.
이정영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열린 '로드 투 UFC'에서 상대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렸다. '아시아판 맥그리거'였다. 토너먼트에서 싸운 3명의 중국 파이터들 시에빈·뤼카이·이자를 계체나 기자회견에서 마주치면 잡아먹을 듯 쏘아보고 신경전을 걸었다.
다음 달 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235에서, UFC 페더급 파이터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정영은 데뷔전 상대 블레이크 빌더(33, 미국)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9일 서울 합정에서 진행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싸우게 될 상대와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 없다. 물론 사이좋게 지내는 선수도 있지만, 난 상대가 잡히면 (그 상대에게) 악역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경쟁심이 더 불타오른다. 난 그런 성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려 지금까지는 독기를 100%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실 더 끄집어내야 하는데, 조금 못 끄집어내고 있는 것 같다. 독기를 품고 포텐셜을 100% 터트리는 게 내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9일 오전 8시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하고 P1 비자를 발급받아 서류 준비를 마친 이정영은 이제 막바지 채비에 들어간다. 이재훈 쎈짐 총관장, 김직용 코치, 친동생인 로드FC 파이터 이정현과 함께 오는 2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현지 환경에 적응하면서 몸무게를 줄일 예정이다.
전략은 짜 놓았다. 빌더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다양한 경우의 수를 그려 봤다. "1라운드 시작부터 달려들지는 않으려고 한다. 탐색전을 펼치면서 2·3라운드에 피니시를 노려 보겠다"고 귀띔했다. '로드 투 UFC' 때처럼 초반 강공, 일명 '닥공'을 쓰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정영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마음속 불꽃이다. '마음속 불꽃'은 악, 독기, 승리를 향한 의지, 위기의 순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리킨다.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도 불꽃이 살아 있다면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2023년 2월 13일) 이슬람 마카체프와 처음 싸울 때 밀리는 상황에서도 불꽃이 꺼지지 않았다. 마음속 불꽃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명경기가 나왔다. 이건 모든 MMA(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정영은 정상의 위치에서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불꽃을 일으키는 볼카노프스키와 맥스 할로웨이와 달리, 롤 모델 맥그리거에게선 이제 불꽃을 찾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정말 좋아하고 응원하지만 마이클 챈들러에게 어려울 수 있다. 패배 확률이 있다고 생각한다. 맥그리거의 불꽃이 꺼진 것 같다"며 "더스틴 포이리에와 3차전을 보면, 2차전 패배 후 독기를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니까 경기가 힘들어졌다"고 냉정히 분석했다.
맥그리거가 보였다는 가짜 독기. 이정영은 그걸 경계한다.
이정영은 지난해 2월 로드 투 UFC 결승전 이자와 경기를 1년째 곱씹고 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경기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내 불꽃이 꺼졌다"고 고백했다. "마음속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지는 팬분들도 다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경기력에서 그대로 나오는 거니까. 이자와 경기에서 내 불꽃이 꺼진 것처럼…."
이정영은 그 경기를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굉장히 후회한다. 자책 많이 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살린다. 가짜 불꽃이 아니라 진짜로 살린다"며 UFC에서 더 성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찰스 올리베이라는 페더급에서 그저 그런 선수였다. 라이트급 챔피언이 될 줄 누구도 몰랐다. 내게도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라가서 보여 줄 역량이 있는지, 그건 내 숙제다. 부딪혀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정영은 지난해 2월 수술받은 오른쪽 무릎 상대가 90%까지 올라왔다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자 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화끈한 경기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도 갖고 있다. 격투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해 드릴 것"이라면서 팬들에게 "2월 4일 코리안 타이거 복귀전 많이 기대해 주십쇼. 경기로 증명하겠습니다"고 힘줘 말했다.
"내가 최고"라고 외쳐 오던 이정영은 현실적인 자기 객관화를 통해 단계 단계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했다. 이자와 경기 후 달라진 자세다. "국내 페더급 몇 위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최두호, 최승우, 그다음이지 않을까. 3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어 코멘트를 준비하는가?"라는 질문엔 "오로지 경기에만 신경 쓰려고 한다. 인터뷰할 땐 우리나라 말로 내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해외 훈련 계획을 갖고 있는가?" 묻자, "이번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게 잘 맞는 해외 팀을 찾으려고 한다"며 웃었다.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종합격투기 훈련을 하며 성장해 온 파이터. XTM 주먹이 운다 관대관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2014년 프로로 데뷔해 2018년 로드FC 050에서 최무겸을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날카로운 스트레이트를 갖고 있고 주짓수 블랙 벨트로 순간적인 서브미션 캐치도 좋다. 로드 투 UFC를 거치며 총 전적 11승 1패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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