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안 피한다"면서 "일방적 결행은 없다"는 北…힘자랑보다 '명분 싸움'

양은하 기자 2024. 1. 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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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렸다.

김 총비서는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면서 남한을 상대로 한 '전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다만 김 총비서는 이날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 즉 전쟁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다'면서 우리를 향한 무력 사용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기도·주권과 안전 위협'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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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노선 전환' 선언 이어 또 말폭탄…"한국은 주적" 규정까지
"초토화" 위협하면서도 무력 사용은 철저히 조건부…남북 '명분 싸움' 양상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총비서가 1월8일~9일 중요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 생산실태를 요해(파악)하면서 전쟁 준비 태세를 엄격히 완비하기 위한 혁명적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렸다. 김 총비서는 또 "전쟁을 피하지 않겠다"라고 엄포도 놓았는데 그러면서도 "일방적 결행은 없다"며 전쟁의 조건을 제시하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김 총비서는 앞서 지난 8~9일 중요 군수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현장에서 대남 적대 발언을 쏟아냈다.

김 총비서는 "우리는 결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면서 남한을 상대로 한 '전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남한을 '주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는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북한)의 주적"이라면서 '적대국(남한)과의 관계'에서 자위적 국방력과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위협 발언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12월26~30일)에서 김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남노선 방향 전환을 선언한 데에 따라 내부적으로 적개심 고조를 통한 전원회의 결정 관찰 기조를 재차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총비서는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완전히 초토화'하겠다면서 군사적 위협 수위를 고조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총비서는 이날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 즉 전쟁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다'면서 우리를 향한 무력 사용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기도·주권과 안전 위협'을 내세웠다. 이는 남한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선제적으로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말폭탄'에 가까운 언사로 대남 전쟁 위협을 가하면서도 선제적 침공은 없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제 군사 행동을 시사하기보다는 현 정세를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명분 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도 보인다.

연초 북한의 사흘 연속 포병사격으로 서해상에서 군사적 긴장을 이어가는 남북은 사실상 사문화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이 역시 일종의 명분 싸움 차원에서 지속 중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즉·강·끝'(도발 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 원칙을 언급하자 김여정 당 부부장이 "(즉·강·끝이)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꼬리를 잡는 등 남북은 연초에 각종 수사를 동원해 기싸움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이는 9·19 남북 군사합의 무효화로 남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고 남북 모두 작은 불씨가 크게 튈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실제로 고강도 군사행동을 단행할 경우 우발적 충돌로 '확전'까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해에는 새해 첫날부터 대남용 탄도미사일인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하는 도발을 단행하며 '남조선 전역이 사정권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냈는데, 올해는 서해상에서의 포사격으로 9·19 합의정신을 자극하는 것 이상의 도발은 단행하지 않고 있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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