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표지?’···쌤앤파커스, 어크로스 책 표지 ‘표절’ 비판 이어져
작년 4월 펴낸 ‘도둑맞은 집중력’과 닮아
두 책 저자,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
“협의 없이 그대로…너무한 거 아닌가”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른 출판계 이슈는 쌤앤파커스 1월 출간 예정작 <벌거벗은 정신력> 표지다. 이 책 표지가 어크로스가 지난해 4월 낸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의 한글·영문 폰트, 제목 배치 등이 비슷한 점을 두고 여러 비판과 지적이 나온다. 한글 큰 제목 아래 한글 부제를 넣고, 그 밑에 영문 제목을 배치한 것도 유사하다. 두 책 저자는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다.
쌤앤파커스는 9일 페이스북에 ‘첫 독자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책 광고를 내며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의 화제작”이라는 선전 문구와 함께 <벌거벗은 정신력> 표지를 올렸다.
김겨울 작가가 이 광고 이미지를 첨부해 쓴 트윗이 널리 퍼졌다. “쌤앤파커스에서 이번에 나오는 요한 하리의 신작. <도둑맞은 집중력>의 제목 컨셉과 표지를 어크로스 출판사와의 협의 없이 그대로 가져갔다. 아무리 같은 저자의 신작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쌤앤파커스가 ‘디자인 표절’을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 디자이너는 이날 쌤앤파커스 블로그 <벌거벗은 정신력> 공지에 댓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를 디자인한 [★]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벌거벗은 정신력>이 <도둑맞은 집중력>과 매우 흡사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펴보았는데 저 역시 그렇게 판단이 되네요.디자인을 하다 보면 일정 부분 비슷한 부분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 책의 경우 같은 저자의 후속작인 이유로 디자인을 매우 유사하게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나 어크로스는 어떤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요. 이렇게 진행된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 규’는 10일 기자와 통화하며 “이 책은 서체 등등이 매우 흡사해 시리즈로 나온 책 같았다. (같은 저자라) 미리 협의했다면 윈윈할 수 있는 일이다. ( 두 출판사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었다. 디자이너의 특유 창작물이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책 만드는 일에 힘이 좀 빠질질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어크로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쌤앤파커스 책 표지는 너무 유사하다.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책을 만들다 보면 비슷해질 수 있다. 같은 저자니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이라는 게 있다. 경험이 없는 출판사가 그랬다고 해도 열 받을 일인데...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업계에서 가장 큰 출판사 중의 하나가, 왜 이랬을까? 저자의 전작의 지명도는 가져오더라도 다르게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방법은 없었을까?”라고 썼다. <벌거벗은 정신력> 표지를 “외국 저작권사에서 컨펌을 받았다”는 내용의 쌤앤파커스 측 말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쌤앤파커스 측 입장을 들으려 두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회의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10일 오전 11시 50분 연결된 담당자는 “서평단 모집 광고 때 올린 표지 이미지는 확정한 최종안은 아니었다.(<도둑맞은 집중력>과) 유사해서 결례를 범했고, 송구하게 생각한다. 디자이너에게 결례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책 최종안 표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지난해 6월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1월 9일 기준 주간베스트 17위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쌤앤파커스가 2018년 말 출간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 개정판이다.
※기사 업데이트
- 10일 오전 11시 56분 쌤앤파커스 입장을 반영했습니다.
- 10일 오후 1시37분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페이스북 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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