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전문가’ 박상수 변호사 “강약·빈부가 학교 장악…교사에 권한을”

박진영 2024. 1. 10. 11: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 콘서트서 학교 문제 원인·해법 밝혀
“대입 수시 전형 유지하는 한 해결 난망”
한동훈 체제 국민의힘 1호 총선 영입돼

지금 학교엔 법도 정의도 없고, 강약과 부모의 빈부만 있습니다. 강약과 빈부가 장악한 세상은 ‘리바이어던(괴물)’,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과도 같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 전문 변호사인 박상수(45·변호사시험 2회) 법률사무소 선율 대표변호사는 “교육 현장이 절망적”이라고 단언하며 “교사들에게 책임에 걸맞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수(왼쪽) 법률사무소 선율 대표변호사가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 콘서트에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변호사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라이브 플라자에서 열린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맑은샘) 북 콘서트에서 학교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초등교사노조·교사유가족협의회의 자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지난 8일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과 함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인재영입위원장 체제의 국민의힘 ‘1호’ 총선 인재로 영입됐다.

박 변호사는 “처음엔 학교 폭력 피해자들, 그다음 피해자 부모들, 지난해엔 교사들이 사망했다”, “피해 학생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으면 자퇴하거나 목숨을 끊고, 학교와 교육청, 수사기관을 믿었던 부모들은 자녀와 싸우다 돌아가셨다”면서 비극의 원인으로 2012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전신) 개최 및 학폭위 처분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기재 의무화를 지적했다. 여기에 대입 수시 전형 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대 변호사 수 급증이 맞물려 문제가 커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학교 현장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교내 학폭위 개최와 생기부 기재가 법제화됐어요. 그즈음 대학 입시가 수시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생기부에 학폭이 기재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게 된 거죠. 물불 안 가리는 한국 학부모들은 생기부 기재를 없애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게 됩니다. 로스쿨 제도에 따라 2012년부터 4년간 국내 변호사가 1년에 2500명씩, 총 1만명이 배출됐어요. 변호사들 입장에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고 학교 폭력 관련 수요가 생기는 상황에서, 교육청들이 변호사를 6급 계약직으로 고용합니다. 이 변호사들이 법원에서 교사들의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면 학폭위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학부모들이 교사들의 실수를 짚어야 그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학교 폭력, 교권은 법률 시장의 ‘블루 오션’이 되고 말았습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박상수 법률사무소 선율 대표변호사의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 콘서트 모습.
박 변호사는 또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를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이 조항 때문에 학교 폭력을 조사한 교사들이 아동 학대로 고소당해 고통받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교사가 사이버 폭력 관련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봤다고 정서적 학대로 고소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지금 교사들이 처한 문제는 학교 폭력 조사란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교사들에게 책임에 따른 권한을 주든지, 아니면 그 책임이 없어져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공무원의 조사를 방해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조항이 관련 법에 있습니다. 교사들에겐 그런 권한이 없어요. 학생의 휴대전화를 조금만 봐도, 목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아동 학대로 처벌돼 학교 폭력 조사를 못 합니다. 피해 학생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교사들의 지도 행위는 ‘목적범’(고의 이외에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으로 바꿔 아동 학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허위 신고나 진술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만드는 것도 교사들의 권한을 담보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생기부가 절대적인 요소가 된 현재의 수시 전형을 유지하는 한 학교 문제 해결이 어려울 거라고 본다”면서 “학교를 둘러싼 소송이 전혀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한 교사의 질문에 “학교 폭력 피해자”라고 털어놨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어요. 변호사가 된 뒤 공익 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피해자 지원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 아이를 위한 마음도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데 학교 폭력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까지 가장 심합니다. 제 아이가 저 같은 경험을 겪지 않게 해 주고 싶어요.”
박상수(가운데) 법률사무소 선율 대표변호사가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저서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 콘서트에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변호사는 “학교가 왜 망했는지 이유를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 책에 열심히 써 봤다”며 “제 해법이 정답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로 국회에서 교권 보호 4법과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근본적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이고, 학교가 망하는 걸 지켜볼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엔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교사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홍승기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한태호 대한수의사회 수석부협회장, 김지한 대한건축사회 이사, 홍수연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큰아이가 학교 폭력 피해자인 A씨는 단상에 올라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을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누구도 도와주지 못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숨죽여 울고 있을 때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통해 만난 변호사님이 법률 자문과 함께 아이의 회복을 위해 불철주야 힘써 줬고, 덕분에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박 변호사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