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이익 6.5조…반도체 불황 여파"
<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제(9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잠정 실적이 발표됐죠. 작년에 반도체 부진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였습니다?
<기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연간 6조 5천400억 원에 그쳤다고 잠정 집계를 발표했습니다.
엄청나게 큰돈인데 그쳤다고 얘기하는 게 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밑돈 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4.6%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5% 가까이 감소한 겁니다.
매출이 줄어든 폭에 비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 폭이 너무 크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제품이 반도체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연간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의 주력이자 우리 반도체 업계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그만큼 낮았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D-RAM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1년 3분기에 표준 D-RAM 가격, 4.1달러였습니다.
그런데 딱 2년 뒤인 지난해 3분기에는 1.31달러까지 떨어집니다.
같은 양을 팔아도 2년 전의 3분의 1이 채 안 되는 값밖에 못 받았다는 겁니다.
팔리기도 크게 덜 팔렸고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앵커>
이 반도체 가격이 짧은 기간에 크게 왔다 갔다 한 거죠. 이 이유가 뭔가요?
<기자>
한국이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는요, 일단 만들어놓는 기성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들어는 놨는데 안 팔린다 그러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세상에 돈이 많이 풀리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졌던 사람들이 많고요.
밖에는 잘 안 나가고 온라인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었죠.
그러다 보니 한국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핵심 세 가지, 스마트폰, PC 그리고 그 모든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이루어지게 해 주는 데이터센터 서버들의 수요가 폭발했습니다.
그런 데다가 기억나실 겁니다.
코로나 기간에 공급망 문제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도 달렸죠.
그런 시기를 지나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를 많이 만들어놨고 가격은 치솟았던 겁니다.
그런데 2022년 하반기부터 이번에는 반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의 돈도 줄고요. 경기는 나빠지고 그리고 PC 같은 거는 한 번 사면 오래 쓰죠.
스마트폰 시장도 세계적으로 포화 상태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렇다 보니까 이미 만들어 놓은 메모리 반도체, 막대한 재고가 쌓였고요. 가격은 뚝뚝 떨어졌던 겁니다.
지금 나올 표는 주요 반도체 수출 국가들의 수출 증감률을 보여주는데요.
보시면 우리는 수출이 일본과 타이완보다 잘 늘고요. 지난해처럼 떨어질 때는 더 훅 떨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타이완도 경기를 물론 탑니다.
하지만 타이완처럼 주문받아 제작하는 반도체 쪽이 강하거나, 일본처럼 반도체 제조 단계 곳곳에 잘하는 분야가 걸쳐 있는 나라는 우리처럼 부침이 심하지 않은 거죠.
<앵커>
이제 올해가 중요할 텐데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이달 초에 나왔던 우리나라의 지난 12월 반도체 수출, 보시는 것처럼 15개월 만에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17, 18년 그리고 21년의 호황에는 보시는 것처럼 미치지 못하지만 추세로는 반등세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앞서 보신 것처럼 연간 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점점 호전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웬만한 불황에는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는다, 경쟁자들이 못 버티고 물러날 때까지 버틴다는 전략을 고수하는 회사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반도체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재고가 줄고 가격이 올라가겠죠.
그 가격 상승 효과가 보시는 것처럼 이제 나타나는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AI 열풍이 본격화됐습니다.
AI 반도체의 최강자는 미국 회사 NVIDIA입니다.
이번 주 들어 주가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 실제로 지난해 내내 폭발적인 이익을 냈습니다.
여기서 AI 붐이 조금 더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한국이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반도체, 올해 회복세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느냐는 여기에 상당히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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