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붙이자 주가 400% 급등… 사명 변경, 대기업엔 ‘호재’ 코스닥엔 ‘악재’

정민하 기자 2024. 1.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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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상장사 사명 변경 후 18% 상승했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15% ‘뚝’
이미지 세탁 노리고 인기 업종 따라 이름 바꾸는 ‘불량기업’ 주의해야
그래픽=정서희

지난해 간판을 바꾼 상장사들의 운명이 시장별로 갈렸다.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상호 변경 후 주가가 평균 18.07% 올랐지만, 코스닥 상장사는 15.07% 하락했다.

대기업 계열사 편입, 그룹 차원의 이미지 제고 등의 이유로 이름을 바꾼 유가증권 상장사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는 기존 사업이 잘되지 않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 변경을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및 거래정지, 실적 악화 등을 숨기기 위해 간판을 바꿔 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명을 변경한 기업 4곳 중 1개사만 주가가 올랐는데, 사명 변경 기업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0일 조선비즈가 2023년 한 해 사명을 변경한 상장사 가운데 스팩 합병을 제외한 71개사의 사명 변경 이후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 상승률은 6.95%로 나타났다. 사명을 변경한 기준일 종가와 전날 종가를 비교해 상승·하락률을 계산했다. 이 기간 거래 정지된 종목은 제외했다.

유가증권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24개사가 사명을 바꿨고, 이들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8.07%로 집계됐다. 사명을 바꾼 유가증권 상장사 24개사 가운데 9개사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상장사는 포스코DX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호 변경이 적용된 지난해 4월 14일 종가 1만2000원에서 전날 6만400원으로 403.33% 상승했다. 포스코DX(디지털 전환)는 ‘산업 전반의 혁신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리딩하는 대표기업’이라는 의미다. 기존 업역 중심의 사명이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 사업 확장성과 미래가치를 담기 위해 변경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한국무브넥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두 번째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 4월 26일 사명을 변경한 뒤 주가가 161.69% 뛰었다. 이어 HD현대일렉트릭(80.04%), SNT다이내믹스(61.10%), OCI홀딩스(30.46%) 등이 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CR홀딩스였는데, 지난해 7월 28일부터 전날까지 59.02% 하락했다.

일러스트=정다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사명을 바꾼 47개사의 평균 주가 변동률은 -15.07%였다. 코스닥 상장사 40개사 가운데선 10개사만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선 DH오토웨어가 간판을 바꾼 뒤 231.80%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DH오토웨어는 DH글로벌에 인수돼 그룹사 이미지 통일과 재도약을 위해 사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오토웨어는 자동차(Automobile)와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혁신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In-Vehicle Infotainment) 플랫폼을 구축하고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중앙디앤엠이 이름을 바꾼 중앙첨단소재와 브이티지엠피였던 브이티가 사명을 변경한 뒤 각각 83.36%, 80.18% 뛰며 뒤를 이었다. 케이엔솔(옛 원방테크) 주가는 55.61% 상승했다. 지앤비에스 에코(-67.95%)는 코스닥 상장사 중 상호 변경 뒤 가장 많이 주가가 떨어진 케이스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2023년 6월 29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의 전주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초록뱀그룹은 빗썸의 최대 주주사인 비덴트와 비덴트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해 큰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전문가들은 상호변경을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씨티프라퍼티(옛 초록뱀컴퍼니)는 원영식 전(前) 초록뱀그룹 회장으로 촉발된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맞자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앞서 원 회장은 지난해 7월 주가조작·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핵심 계열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케이엔솔은 LG에너지솔루션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을 LG엔솔로 축약해 부르기 때문이다. 원방테크는 그러나 사명 변경 사유에 대해 “대외적 이미지에 글로벌시장 진출을 부각하고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비전을 투영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이차전지 등 주가 변동성이 큰 업종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쫓아다니는 기업도 있다. 리튬포어스는 6개월 만에 어반리튬에서 이름을 바꿨다. 이 업체는 이전에도 더블유아이, 피엠지파나사이언스 등 4번 사명을 변경했다. 이외에도 에스엘에너지(에스엘바이오닉스), 더라미(휴먼엔), 일월지엠엘(유테크), MIT(유씨아이), 피엔티엠에스 등은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름을 자주 바꾸는 기업은 상폐 위기나 오버행 등 부정적 이슈가 많은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회사 재무 상태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변경 전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알아보는 등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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