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전문가 이구동성 "64년 우승 한풀이 가능하다…그러나"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등이 중심이 된 스쿼드는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하지만 사실 한국은 매번 우승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1960년 마지막 우승 이후 64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바람과 결과는 달랐다는 의미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후보 1순위라는 한국, 정말 정상이 가능할까?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이번 대표팀의 수준이 매우 높아 우승을 기대해도 좋다는 견해를 냈다.
한 해설위원은 "이전에도 아시안컵에 나설 때마다 멤버가 좋다는 말은 늘 있었지만 이번 멤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면서 "특히 이번 대표팀엔 상대를 찍어누를 수 있는 선수가 많다"고 평가했다.
한 해설위원은 '찍어 누르다'는 표현에 대해 "개인의 힘만으로도 상대를 무력화한다는 뜻"이라면서 "설사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도 손흥민의 '한방', 이강인의 '번쩍' 이런 게 있다는 것이다. 설령 팀으로서의 플레이가 여의치 않아도 개인으로라도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전방은 역대급 구성이 맞다. 우승에 도전하기에 충분한 팀"이라면서도 "다만 기성용이 중심이 됐던 수비형 미드필더와 이영표와 차두리가 있던 풀백 등을 고려해보면 2선 아래는 이전보다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전방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지만 수비진에서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혼자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밸런스 면에서 정말 최고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도 덧붙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쟁 팀들의 흐름이나 전체 판도 면에서 접근했다. 이 해설위원은 "과거에는 이란, 사우디,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많은 팀들이 우승에 근접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른 팀들의 경쟁력이 조금 내려가고, 좀 더 특별한 한국과 일본 두 팀만 패권에 도전하는 2강 체제"라고 분석했다.
3명의 해설위원 모두 우승 가능성이 크다고 짚으면서도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한 해설위원은 "역대급 호화 멤버라 주변에서도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가 높고, 우승을 당연 시하는 분위기마저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 역시 역대급으로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장 해설위원도 비슷한 견해다. 그는 "언론 등 주변에서 마치 이미 한일전 결승전 한 경기만 남은 것처럼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보통 그렇게 떠들썩한 팀은 우승을 못한다. 아시안컵은 전력상 우위와 달리 늘 만만하지 않았다. 언론과 팬들도 냉정하게 한 경기 한 경기 상대팀을 존중하는 자세로 당장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부터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이 해설위원은 직접 선수로 뛰었던 2011년 대회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우승하고 싶었고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이루지 못했다"면서 "강한 팀인 것과 별개로 우승을 하려면 더 냉정하게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 우승은 정말 쉽지 않더라"고 했다.
이어 이 해설위원은 "한국과의 세계 강호들과의 격차가 좁아진 것 만큼, 한국과 아시아 약체들과의 격차도 똑같이 좁아졌다. 매 경기 한 골 차 승부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1월15일 첫 경기부터 2월11일 열릴 결승전까지 약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좋은 전력과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우승까지 필요한 경기는 7경기다.
한 해설위원은 "그동안의 아시안컵을 돌아보면 특정 경기에서 소위 꼬여서 힘을 많이 썼을 경우 꼭 그 다음 경기에서 패했다"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조별리그를 깔끔하게 마치고 토너먼트를 신속하게 치러 나가야 마지막까지 힘을 쓸 수 있다"며 대회 전체의 운영이 중요하다고도 꼽았다.
장 해설위원은 "2015년 대회에선 오히려 경기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꾸역꾸역 이겨서 결승까지 갔다.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그렇게 운도 따라줘야 하고 결과를 잡는 힘도 필요하다. 또한 금메달을 땄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처럼 결승까지 계속 힘을 잘 분배하며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우승 여부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결승 한일전 성사여부와 그 결과다. 앙숙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놓고 모처럼 최정예 트로피를 놓고 다투는 건 흥미로운 그림이다. 동시에 최근 흐름이 좋은 일본인 만큼 상대하기가 부담스러운 맞대결인 것도 사실이다.
해설위원들은 한일전이 펼쳐질 경우 조심스럽게 한국의 우위를 점쳤지만, 일본도 만만치 않은 팀이라고 강조했다.
한 해설위원은 "몇몇 선수들의 맨파워는 우리가 강하지만 일본은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잘 한다"면서 "당장 최정예로 한국과 일본이 오늘 붙으면 한국이 이길 것 같다. 하지만 대회 7번째 경기(결승전)에서 붙었을 때, 부상과 체력 저하 등 여러 이유로 베스트 멤버에 차질이 생겼을 때는 이야기가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해설위원은 "현재 한국 대표팀의 수준은 일본뿐 아니라 유럽의 강호를 만나도 경쟁력 있는 전력이다. 한일전 승리도 당연히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은 월드컵에서도 로테이션을 잘 가동했던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전체를 고르게 활용하는 운영을 보일 것이라 대회 막바지에 만났을 때는 한국보다 상황이 유리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조금 다른 견해를 냈다. 일본이 좋은 팀이지만, 일본 선수단 이름값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면서 한국의 손을 들었다.
그는 "일본 선수단 중 유럽파가 20명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숫자에만 현혹되면 안 된다. 아시아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보다 유럽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이 더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의 유럽파 중 일부는 K리그나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실력이 좋지 않다"며 일본의 유럽파 숫자 속 허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일본과 한국의 축구 인프라나 투자 수준의 차이는 아쉽게도 일본이 우위지만, 당장 이번 대회에 나서는 두 대표팀만 놓고 보면 한국 대표팀이 위다.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열리면 정신적인 자세나 전체적인 팀 전력에서 두려울 게 없다. 한국의 승리"라고 점쳤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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