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윤영찬, 민주당 잔류…이원욱·김종민·조응천은 탈당

민주당 내부 “‘성희롱 발언’ 현근택 출마 어려워졌기 때문 아니냐” 해석

더불어민주당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의원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비이재명)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했던 윤영찬 의원이 10일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돌연 ‘민주당 잔류’를 택했다. 윤 의원의 갑작스러운 이탈을 둘러싸고 여러 억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등 의원 4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민주당에 남기로 했다”며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금까지 함께해온 원칙과 상식 동지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지만 “신당의 가치와 염원에 대해 동의한다. 그 분들 또한 대한민국 정치를 걱정하고 바꾸려는 분들이다. 성공하기 바란다”며 “이 분들에게 누구도 돌멩이를 던질 자격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 의원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비명계’인 윤 의원의 지역구에는 친명계인 현근택 변호사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 변호사가 최근 지역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현 변호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는 탈당이 유력했던 윤 의원이 당에 잔류한 이유가 ‘성희롱 발언을 한 현 변호사의 출마가 힘들어졌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탄·패권·팬덤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하지만 지금 이재명 체제로는 윤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며 “윤석열 정권을 반대하는 민심이 60%지만 민주당을 향한 민심은 그 절반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3총리가 진심 어린 충고를 했지만, 어떤 진정성 있는 반응도 없었다. 선거법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절망했다”고 비판했다. 3총리는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뜻한다. 이어 “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임계점을 넘었고 기성 정당 내부의 혁신 동력은 소멸했다”며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시시비비를 가릴 새로운 정치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하루 뒤인 11일에 탈당을 선언할 예정인 이낙연 전 대표 등과 함께 제3지대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