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 집권시 경제 나락"…中 경제 보복 위협에 대만 수출업자들 '한숨'
대만 수출업자들은 "사업 모델 다각화, 中 무역 의존도 낮춰야"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이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당근'과 '채찍'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친미 성향이자 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경우 경제가 '나락'으로 갈 것이라고 압박하는 한편, 중국과 관계를 회복할 경우 경제적으로 부흥을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발신하는 양상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경제 제재'와 '경제 협력' 프레임을 내세우면서 민진당의 선거 승리는 '경제적 재앙'에 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만 산업계에서는 양식장에서부터 화학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중국 본토와의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 언론들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유권자들이 '평화' 또는 '전쟁', '번영' 또는 '쇠퇴'라는 갈림길에 놓였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중국 상무부는 전날 중국-대만간 자유무역협정(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관세 감면을 적용해 왔던 일부 품목에 대해 현행 규정에 따라 세율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유화책도 폈는데, 지난해 12월 대만산 열대과일 파인애플석가와 우럭바리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잇따라 해제했다. 이는 집권당 지지층인 대만 남부지역 농·어민들을 달래 총통 선거 판세를 국민당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SCMP는 "중국은 대만과의 무역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당근'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16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차이잉원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차이잉원 총통 집권 기간 양안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무역 환경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만 수출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판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대만 어업연합 회장이자 남부 핑둥현에서 양어장을 운영하는 천위잉은 최근 몇 년 새 수출 환경이 급격히 악화했다면서 중국 본토 이외의 시장으로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방안을 노년층 수출업자들에게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위잉은 "중국의 대만산 수산물 금수 조치는 우리의 수출 판로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줬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사업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지난 몇 년간의 양안 무역 분쟁은 노년층 조차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켜야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후원하는 이 강연에는 중국의 대만산 우럭바리 수입 금지 조치로 타격을 받은 2000여개 어장 소속 수출업자 상당수가 참석 중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국립대만대 왕예리 교수는 "중국의 무역·경제 조치는 강력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선거 기간때 특히나 더 그랬다"면서 "대만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매우 익숙해졌기 때문에 투표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핵심은 중국 본토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총통 후보자가 가장 위기를 잘 대응할지 여부"라고 했다.
한편 오는 13일 실시되는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 정권이 친미·독립 노선에서 친중 정권으로 교체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집권 민진당 후보인 라이칭더가 정권을 잡을 경우 그는 차잉잉원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민당은 중국과 대화를 통해 긴장 완화를 추진하겠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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