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2.0] 3층서도 가수 표정이 생생… 판 커지는 공연 시장

이은영 기자 2024. 1.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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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파이어’ 개장… 아레나 착공·유치 이어져
뮤지컬·K팝 등 공연 티켓 매출, 전년比 24% ↑
지난 12월 2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23 멜론뮤직어워드(MMA)'가 열린 모습. /영종도=이은영 기자

웹툰·게임·K팝·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한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K-콘텐츠가 전 세계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팬덤 비즈니스 등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K-콘텐츠의 인기 비결과 산업 전망, 시장 공략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지난달 2일 K팝 시상식 ‘2023 멜론뮤직어워드(MMA)’가 열린 인천 영종도. 영종대교를 지나니 커다란 돔 모양과 팔각형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로는 황금빛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최근 문을 연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다. 리조트에 들어서 카지노, 식당, 바 등을 지나 가장 안쪽에 다다르면 국내 1호 공연 전문 아레나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있다.

아레나에 입장하자 탁 트인 공연장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면에 무대가 일자로 설치돼 있고 무대 방향으로 객석이 펼쳐지는 스포츠 시설 공연장과 달리, 정중앙에 무대를 두고 객석이 무대를 빙 두른 구조였다.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옛 체조경기장)과 수용 인원은 비슷하지만, 무대와 관객 간의 거리는 훨씬 가까웠다. 무대 위 가수가 면봉처럼 작게 보인다는 3층에서도 가수의 표정까지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3 멜론뮤직어워드(MMA)'에서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3층에서도 무대가 가까이 보였다./영종도=이은영 기자

스탠딩 좌석과 무대 간 거리는 3~4m가량이다. 무대 높이도 기존 공연장 대비 낮아 보다 가까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무대 바닥에 설치돼 스탠딩 관객의 시야를 가리던 장치들도 무대 단 아래에 있어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 전문 공연장답게 음향도 뭉개짐 없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레나 밖으로 나오자 음악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국내에서 문을 연 첫 아레나다. 아레나는 라이브 공연에 최적화된 설계를 갖춘 1만~2만석 규모의 공연시설을 말한다. 관객은 최대 1만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무대와 좌석 구조는 변형 가능하다. 대중음악 공연은 물론 각종 시상식과 E 스포츠 대회, 스포츠 경기, 대형 전시, 박람회 등을 이곳에서 열 수 있다. 12월엔 2023 MMA를 시작으로 샤이니 태민, 동방신기 콘서트와 SBS 가요대전이 열렸다.

인천 영종도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내부에 조성된 전용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 약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영종도=이은영 기자

그간 국내엔 공연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시설이 없어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데 비해 이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기반시설)가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대형 공연은 주로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렸다. 1만석 이상 수용 가능한 실내 경기장은 잠실 실내체육관(1만1000석), 올림픽공원 KSPO 돔(1만5000석), 고척스카이돔(2만명) 정도다. 야외 경기장 중엔 잠실 올림픽보조경기장(3만명), 상암월드컵경기장(6만여석), 잠실 올림픽주경기장(7만석) 등이다.

그래픽=손민균

앞으로 두 개의 아레나가 더 문을 열 예정이다. 먼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서울아레나’가 착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아레나는 1만8269석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과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에 버금가는 규모다. 2000석 규모의 중형 공연장과 영화관 등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서울아레나 일대를 서울 동북권 최대의 공연문화산업 복합시설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아레나는 2027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예정인 서울아레나 조감도(왼쪽). 오른쪽은 경기 하남시가 국내 유치를 추진 중인 미국 '스피어' 사의 구(球)형 공연장. 이 공연장은 건물 외벽에 LED 패널이 붙어있어 이미지와 영상을 띄울 수 있다. /카카오 제공, 스피어 유튜브 캡처

건설경기 악화에 인허가 지연 등의 악재가 겹쳤던 경기 고양시 ‘CJ 라이브시티’ 사업도 협의가 물살을 탔다. CJ 라이브시티는 CJ가 2조원 이상 투입하는 ‘K콘텐츠 특화 복합단지’ 조성 사업으로 실내 2만석, 야외 4만석 규모의 공연장을 비롯해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관련 시설로 구성된다. 정부와 경기도가 추진한 문화콘텐츠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CJ가 세계 1위 아레나 운영사인 미국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AEG 등과 협력해 2021년 공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유행과 전쟁 등으로 건설경기가 악화해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인허가 지체, 전력공급 유예 등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를 가동해 CJ 라이브시티를 우선 검토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경기도와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CJ 라이브시티가 들어서면 10년간 3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더불어 20만명의 일자리 창출 등 낙수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경기 하남시는 미국 ‘스피어(Sphere)’ 사의 초대형 최첨단 공연장 유치를 추진 중이다. 스피어 공연장은 구(球) 형태로 지름 160m, 높이 120m로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2만석 안팎의 객석을 갖췄고 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이 설치돼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띄울 수 있다. 하남시는 미사섬 일대에 대형 공연장과 영화 스튜디오, 영상문화복합단지,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K스타월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스피어 공연장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국내 공연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클래식, 대중음악, 뮤지컬, 연극 등 국내 공연 티켓은 총 1779만장 팔렸고, 티켓 판매액은 1조426억원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 24%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공연 수요가 늘면서 올해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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