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부 차관 도난당한 그림 소유 ‘미스터리’
출처 숨기려 그림 수정 의혹까지… 검찰 조사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도난 그림을 입수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그림 일부를 수정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9일(현지시간) 비토리오 스가르비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2013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의 부리아스코성에서 도난당한 그림을 불법으로 획득하고, 이후 출처를 숨기기 위해 그림 일부에 손을 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작품은 이탈리아 화가 루틸리오 마네티(1571~1639년)가 그린 ‘성 베드로의 포획’으로, 절도범은 당시 액자에서 그림을 떼어내 달아났다. 미술사학자이자 예술평론가 출신인 스가르비 차관은 2021년 ‘빛의 화가들. 카라바조에서 파올리니까지’ 전시회에서 자신이 소유한 미공개 작품이라며 이 그림을 전시했다.
그는 “2000년 모친이 구매한 저택에서 이 그림을 운 좋게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이 작품이 도난당한 그림과 같아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고해상도 스캔 기술을 동원한 결과, 도난당한 그림 액자에 남아 있는 조각과 스가르비 차관이 전시한 그림에서 찢겨나간 부분이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캔버스와 안료 재질도 같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그림엔 차이점이 있었는데, 스가르비 차관이 전시한 그림 왼쪽 위 모서리엔 양초가 그려져 있었다.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스가르비 차관이 출처를 숨기기 위해 양초를 덧대 그린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날 이탈리아 방송사 메디아세트에 출연해 “미스터리는 없다. 두 개의 그림이 있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그림이 원본이고, 2013년 도난당한 작품은 19세기에 제작된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스가르비 차관은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절도 사건에 대해 어떻게 조사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스가르비 차관이 그림을 계획적으로 훔쳤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해당 작품 소유자는 도난 몇 주 전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스가르비 차관 친구였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베란다 콘크리트 속에 시체가…알고보니 16년 전 세입자가 살해한 동거녀
-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연락 두절·숙소 이탈 확인
- “손흥민은 끝났다” 토트넘 선배의 비판, 英 매체가 직접 반박했다! “SON은 더 존중받아야 하는
- ‘대통령 호위무사 용산행 무산’ 보도에···장예찬 “대통령 격노”
- 사제 수갑 채워 아내 감금한 전직 경찰관 체포
- “사장 미친X” 모욕한 직원 잘랐더니···법원 “부당 해고” 왜?
- [리얼미터]윤 대통령 지지율 30.3%···4주 만에 30%대로
- 국민의힘, ‘두 국가론’ 임종석 향해 “종북공정” 색깔론 공세
- 경찰, ‘감사한 의사’ 명단 공유한 3명 추적···“악의적 조리돌림”
- ‘박종철 고문조작, 삼성 비자금’과 함께한 사제단 50년···“민주화 요구 짓다만 밥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