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M&A 가이드라인 따라달라"…증권사 ‘미팅 지침’ 세운 카카오
"청렴한 내부통제에 협조해달라"며 자문 제안 시 미팅 지침 따라달라 요구
미팅 가이드라인 요구 이례적…주요 의사결정 과정 통제하겠다는 의지 평가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혜령 카카오 신임 재무그룹장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해 12월 말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게 “카카오의 청렴한 내부통제에 협조해달라. 카카오 내부적으로 자문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과 미팅 가이드라인을 담은 이메일을 발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메일 제목은 ‘주요 자문사 서비스 거래 담당자 리스트 작성 요청 및 미팅, 서비스 절차 소개’다.
최 CFO는 이메일에서 “카카오 소속 재무그룹 임직원들이 파트너사와의 공정하고 청렴한 관계 정립을 위해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향후 카카오와의 모든 미팅은 재무그룹장인 본인을 통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자문사들은 미팅 제안 시 미팅 희망 일자와 제안 내용, 참석자 구성 등을 미리 재무그룹실에 이메일로 고지해야 한다.
최 CFO는 “미팅을 희망하는 날짜로부터 최소한 7일 전에는 제안이 와야 한다”며 “급박한 사정이 있다면 급박한 사정을 적어 희망일 3일 전까지 제안해달라”고 했다. 재무그룹실 내부 심의를 거칠 기간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작년 12월 31일까지 각 소속 임직원 중 주요 거래 담당자 4명의 학력과 경력, 카카오와의 업무 수행 내역, 타사 주요 수행 업무 등 인력 소개도 작성해 제출해달라고도 했다.
이메일을 수령한 증권사들은 “미팅 제안 가이드라인 제시에 인적사항까지 세세히 요구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 입을 모았다. 한 곳의 관계자는 “투명한 심의 절차 탓에 모든 자문 제안이 카카오 내부에 공개될텐데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프라이빗한 사모투자 거래를 제안하기는 쉽지 않아졌다”며 “미팅 성사 절차가 까다로워진 만큼 자문 수임 문턱도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요 IB들의 카카오 임원들과의 비공식 미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 CFO가 공개적으로 청렴한 내부통제를 목적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비공식 골프 모임도 당분간 자제해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한 IB 관계자는 “카카오 본사가 통제에 나선 데다 얼마전 카카오 내부에서 과도한 골프 논란이 일었던만큼 일단 몸을 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모럴해저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계열사들의 문어발식 경영, 골목상권 침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등의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이번 행보는 외부 파트너사와의 소통 통로를 미리 일원화해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혜령 CFO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벤처스 출신의 정신아 신임대표와 함께 신임 경영진으로 영입됐다. 작년 UBS로의 흡수합병을 마친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상무로 있었던 인물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코넬대학교 웨일코넬의학과학대학원 보건경제정책 석사를 지냈다. CS엔 19년을 몸담았는데 IPO, 기업 지배구조 조정을 주된 업무로 해온 인물이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현대중공업, 크래프톤 상장과 SK텔레콤 인적분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업무 등을 수행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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