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공 넘겨받은 산업은행…워크아웃 청신호?
산업은행, 600곳 넘는 채권단 설득 1차 관문
PF사업장 60곳·분양 사업장 22곳 등 개선과정 혹독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한 티와이홀딩스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전환점을 맞았다. 채권단 신뢰를 잃으며 법정관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이 강조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 사실상 추가 자구안으로 마련돼서다.
공은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넘겨 받았다. 태영그룹의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의지를 통해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 자구안에 대해 태영그룹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파란불이 켜진 셈이다. 이제 관심은 산업은행이 태영건설 구조개선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에 쏠릴 전망이다.
진정성 확인한 채권단, 워크아웃 '파란불'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진정성'이 가장 큰 변수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직접 지원이 아닌 지주사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를 상환하는데 사용하면서 채권단이 강하게 반발했고,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한 그룹과 대주주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과 채권단 입장이었다. ▷관련기사: 태영에 '진정성' 강조한 이복현과 산은회장…SBS 지분 담길까(1월9일)
특히 채권단을 설득할만한 추가 자구안이 없을 경우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 가능도 내비쳤다.
이에 버티던 태영그룹은 한 발 물러섰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요구한대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추가 자금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련기사: 윤세영·윤석민 "홀딩스·SBS 지분 '필요시' 내놓겠다"(1월9일)
티와이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은 티와이홀딩스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SBS 지분 36.9%를 들고 있다.
기존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면 4월까지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태영그룹 측 설명이다. 다만 이 자구안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우면 오너 일가 보유 주식도 담보로 내놓겠다는 의미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워크아웃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함을 확약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측은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은 추가 발표한 자구계획과 대주주의 책임 이행 방안을 토대로 각 채권자 앞 워크아웃 개시와 정상화 추진을 위한 협조를 신속하게 요청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정부 역시 태영그룹이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된다면 채권단에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워크아웃이 진행되려면 채권단의 75%(신용공여액 기준)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태영건설 채권단은 새마을금고나 신협, 단위 농협 등을 포함해 609곳 정도다. 이 가운데 단위 농협들을 빼면 300~400곳, 이 가운데 500억원 이상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져)이 있는 곳들은 60여개 정도로 산업은행은 추산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채권단 규모가 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이견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워크아웃 개시에 쏠리는 관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11일 1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 상황에선 개시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되면 즉시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시작해 정상화 가능성 분석과 추진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워크아웃 등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한 구조개선 작업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주도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은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자산부채실사 결과 등을 고려해 기업개선을 위한 계획을 작성해 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기업개선계획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처리 방안과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방안과 회사 경영 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태영건설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을 판단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작업 등을 진행해야 한다. 또 기업 현금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와 중요한 재산의 매각,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개선 등도 포함된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60개(2023년 9월말 기준),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곳, 1만9869가구다. 태영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140건)와 관련한 협력업체는 581개사에 달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자협의회가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면 주채권은행으로서 개선계획 전반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은 소규모 채권단이 상당수 포함됐고 부동산 PF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라며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 정상화가 지지부진했던 경우도 있던 만큼 태영건설 정상화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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