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뺏겨 속공 주면…' 한국가스공사 강혁 감독 '마성의 작전'
개막 전 최하위 후보로 꼽혔지만 최근 9승 8패 '선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올스타 휴식기를 앞둔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선전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10승 20패로 공동 8위에 머물고 있지만 시즌 초반 1승 12패로 부진했던 이후로는 9승 8패,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구단 보수 총액이 30억원 이상인 팀들도 있는데, 유일하게 20억원도 넘기지 못한 한국가스공사는 개막 전 '꼴찌 후보'로 지목됐다.
여기에 아이제아 힉스가 시즌 개막 전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쳐 시즌 초반 바닥을 쳤으나 이후 빠르게 반등하며 중위권 도약을 넘보고 있다.
8일 서울 삼성을 77-71로 꺾고 시즌 첫 3연승을 달성한 한국가스공사의 최근 선전 요인에는 강혁 감독대행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농구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6일 창원 LG와 경기(82-78, 한국가스공사 승리) 때 강혁 감독대행의 타임아웃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7점을 앞서던 한국가스공사는 경기 종료 9.9초를 남기고 LG 이재도에게 3점슛을 내줘 80-76으로 쫓겼다. 여전히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강혁 감독대행은 그래도 타임아웃을 불렀다.
강혁 감독대행은 선수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지정해주는 것은 물론 인바운드 패스를 할 차바위에게 '공을 위로 주라'고 지시하고, 앤드류 니콜슨에게는 '꼭 잡아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강 감독대행은 "만약에 우리가 잘못해서 속공을 줬어"라며 곧바로 공을 뺏길 상황을 가정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10초가량 남기고 4점 앞선 상황의 타임아웃에서 '실책을 하지 마라'는 지시보다 '응, 실책 하겠지'라며 실책을 범한 시나리오까지 짚어주는 모습이 팬들에게 재미있게 비친 것이다.
실제로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곧바로 실책이 나왔고, LG가 속공으로 2점을 만회하자 팬들이 '강 감독대행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는 분위기다.
강 감독대행은 9일 전화 통화에서 "만약에 실책이 나와서 실점하더라도 시간이 4, 5초는 갈 줄 알았는데 2초밖에 안 지났더라"며 "정말 그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고, 끝나고 선수들에게 '내가 타임을 괜히 불러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감독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강 감독대행은 타임아웃 때마다 차분한 목소리로 선수들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주는 작전 지시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 감독대행은 "저도 경기 중에 화가 많이 나지만 제가 봐도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소리를 못 지르겠다"며 객관적인 전력 이상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칭찬했다.
8일 삼성전에 대해서도 "12월 31일에 밤 10시 경기를 하고, 이후 8일까지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어서 선수들이 지쳐 있었다"는 강 감독대행은 "그래서 마지막까지 이어진 접전에서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따낸 승리"라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시즌 초반 1승 12패 부진을 돌아보면서는 "힉스를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맞춰 놨는데, 힉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1라운드 실점이 90점 이상이 됐다"며 "새로 영입한 니콜슨은 8개월 정도 쉬다 와서 몸이 안 돼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 니콜슨이 강 감독대행을 가리켜 '리그 최고의 감독이 될 수 있다'고 칭찬할 만큼 팀을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초보 사령탑'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대단하다.
강 감독대행은 "그 인터뷰 이후 주위에서 '니콜슨한테 뭘 줬느냐'고 많이 물어보신다"고 웃으며 "니콜슨이 얼마 전에는 선수들에게 커피를 돌리는 등 팀 분위기가 갈수록 끈끈해진다"고 소개했다.
6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승차가 4경기라 6강 진출도 바라볼 만하지만 강 감독대행은 "그냥 매 경기에만 최선을 다해야지, 지금 6강을 바라보면 욕심일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강 감독대행은 '에이스' 김낙현을 4일 안양 정관장, 6일 LG전에 모두 20분 이하로만 기용하면서도 연승을 이어갔고, 샘조세프 벨란겔의 출전 시간도 관리해주며 초보 감독답지 않은 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강 감독대행은 "(김)낙현이가 무릎, 벨란겔은 발목이 안 좋아서 오래 기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스타 휴식기를 맞은 강 감독대행은 "리바운드에 더 신경 쓰고, 공격에서는 김낙현과 벨란겔이 함께 뛸 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후반기 도약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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