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방통위, 수개월째 대통령 추천 ‘2인 체제’

최성진 기자 2024. 1. 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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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김홍일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대통령 추천 몫의 상임위원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 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방통위법에서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을 국회(여당 1명, 야당 2명)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하라는 취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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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릴 예정인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김홍일 위원장 취임 이후에도 대통령 추천 몫의 상임위원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원 세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인 위원 체제’의 장기화 속에서 방통위는 이미 유효기간이 끝난 지상파 방송 재허가 의결을 위한 다음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한국방송(KBS) 2티브이와 에스비에스(SBS) 등 34개사 141개에 이르는 방송국의 허가 기간이 지난해 말 만료됐으나, 이들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일정을 9일 현재 공지하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통상 매주 수요일 전체회의를 열어 주요 의결 안건을 처리해 왔다. 하지만, 1월 둘째주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 다음 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 방통위 설명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안건을 의결하겠다고 예고해 놓고, 회의 당일 갑작스레 취소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가 밝힌 공식 사유는 “재허가 여부 및 조건 등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2인 체제에서 또다시 방송사의 운명을 가를 중대 안건의 의결을 강행할 경우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방통위법에서 5명의 상임위원 중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3명을 국회(여당 1명, 야당 2명)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것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하라는 취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야당 추천 최민희 상임위원 내정자에 대한 임명 거부와 지난해 8월 김효재·김현 전 상임위원의 퇴임 등으로 1~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방통위가 2인 체제 장기화 속에서 핵심 업무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이제라도 공석인 상임위원 3명의 추천·임명 절차를 다시 밟는 등 방통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8일 성명에서 “방통위가 장관 중심의 독임제 기구가 아닌 합의제 행정기관인 이유는 방송과 통신이 국민의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할 만큼 중요한 까닭”이라며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은 방송·통신의 공정성과 방통위의 독립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단추”라고 주장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이외에도 방송·통신 분야에서 방통위의 의사결정에 따라 여러 산업과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진다”며 “방통위가 대통령과 여당이 위원 3명을 지명·추천하고 야당은 2명을 추천하는 3 대 2 구도인 만큼 정부의 뜻에 따라 지배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는 점과 별개로, 최소한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방통위 정상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와 동시에 2인 체제의 방통위를 통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등을 밀어붙인 윤 대통령 등 여권이 이런 행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개인 의견이라는 점을 전제로 “국회 추천 몫의 상임위원 추천은 그것대로 다시 절차를 밟아나가되, 방통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하겠다고 하는 윤 대통령과 김홍일 위원장, 여당의 메시지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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