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추춘제' 왜 찬성·반대하나…구단 운영자 의견 들어보니
'반대' 제주 김현희 단장 "흥행에 중요한 시점…인프라 문제는?"
(서울=연합뉴스) 축구팀 = 프로축구 K리그도 일본 J리그처럼 세계적 추세에 맞춰 추춘제를 해야 할까.
연합뉴스가 프로축구팀 24곳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찬반이 50 대 50으로 팽팽했다. K리그2 충남아산FC는 답변하지 않았다.
익명을 조건으로 진행한 조사지만 구단 대표자 3명은 이례적으로 실명 보도를 허락했다.
K리그1 강원FC의 김병지 대표이사, 수원FC의 최순호 단장,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현희 단장이다.
추춘제에 대한 이들의 '소신 의견' 역시 찬반으로 갈렸다. 휴식기의 길이 등 세부 항목에서도 각자의 논리가 뚜렷했다.
김병지·최순호 "추춘제는 세계적 흐름…지금 당장 논의해야"
김 대표이사와 최 단장은 최근 추춘제 논의를 촉발한 주인공들이다. 둘은 지난달 19일 J리그가 추춘제 전환을 확정한 지 이틀 만에 공식 석상에서 추춘제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가장 기온이 낮고 다설 지역인 강원을 연고로 둬서 이 논의에 민감할 법한 김 대표이사는 "세계 추세에 맞춰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춘천과 강릉을 연고로 쓰는 강원은 겨울 축구가 쉽지 않다. 춘천은 북부 내륙이라 기온이 크게 떨어진다. 해안이라 겨울 기온은 높은 강릉은 손꼽히는 다설 지역이다.
김 대표이사는 11주를 쉬면 춥고 눈 내리는 날씨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 겨울을 관통한 일정 탓에 관중 발길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도 일축했다.
12∼2월 대부분 기간을 쉬는 일정의 장점을 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4∼7월 좋은 날씨로 시즌 막바지를 치르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며 "염려는 이해하나 해결책을 찾는 게 숙제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숙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단장의 답변에도 김 대표이사처럼 당장 추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묻어 있다. 그러나 휴식기에 대한 의견은 정반대다.
최 단장은 추춘제가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이적 시장과 시기를 맞춰야 한다. 국제 대회도 유럽 추춘제에 맞춰 열리는데, (춘추제인) 우린 해마다 그 시기를 비워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겨울 날씨도 삼한사온이 아니라 더 따뜻해졌다"고 짚었다.
더불어 '짧은 휴식기'도 강조했다. 그는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 쉬면 된다"며 "J리그가 11주를 쉰다는데 그렇게 길게 쉴 거면 왜 추춘제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리그, 추춘제 할 준비됐나?…제주 김현희 단장의 '반대론'
김 단장은 기업 구단 제주를 이끌지만 추춘제에는 '일단' 반대한다. 추춘제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추춘제를 결정해도 실제 시행하려면 준비에만 최소 4∼5년을 써야 한다는 게 김 단장 생각이다. 차곡차곡 인프라를 마련해온 J리그와 달리 손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다.
게다가 김 단장은 현재 K리그가 흥행 측면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고 본다.
그는 "현재 K리그 흥행의 지속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춘추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추운 날씨 탓에 관중 수가 줄어드는 사태를 가장 우려했다.
무엇보다 김 단장은 인프라 교체를 비롯해 추춘제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주의 깊게 따져볼 것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이 논의는 경기장, 훈련 시설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논의할 수 없는 주제"라며 "1부의 여러 팀이 봄, 여름, 가을에도 쓸 훈련장이 없어 A매치 휴식기에 남해, 순천, 고성, 제주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춘제 시) K리그 팀들이 겨울에 경기용 외 훈련용 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를 바꿀 때는 필수 시설을 겨울에 마련할 수 있는지 답이 먼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추춘제 전환을) 결심이나 결정만 한다고 그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국제 경쟁력을 올리는 추춘제의 이점을 인정한 김 단장과 달리 일부 시민 구단에서는 추춘제를 하지 않더라도 딱히 잃는 게 없다는 '강한 반대' 의견도 있었다.
시민구단 2곳은 춘추제를 유지해 세계적 흐름과 떨어지더라도 잇따르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연맹·협회가 투자해야"…차곡차곡 진행한 J리그
추춘제 시 어려움을 감수하게 될 이들 중에는 팬들도 있다. 특히 강원의 팬들은 강원도의 혹독한 야외 날씨를 견뎌야 한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의 전인표 회장도 추춘제 전환을 위해서는 난방 시설 마련이 우선이라고 짚었다.
전 회장은 "열선을 까는 등 경기장 좌석에 난방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연맹이 그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며 "에버랜드는 야외에 히터가 든 건물 등을 설치해 '히터존'을 운영한다. 온수를 받을 수 있는 시설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현희 단장의 지적처럼 '전환 비용'의 필요성을 팬들도 절감하는 셈이다.
J리그는 전환 비용 문제를 정면에서 다뤘다.
J리그가 지난달 추춘제 전환 발표와 함께 공개한 '시즌 전환, 다가오는 30년을 위해' 보고서를 보면 발표 6개월 전부터 마케팅, 경영, 축구, 다설지역까지 4개 분과회를 운영해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세계 최고 리그가 된다'는 목표를 내건 J리그는 추춘제 전환을 위해 100억엔(약 914억원) 규모 지원금을 마련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 팀이 에어돔을 비롯한 눈·난방 대책을 세우도록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찬반을 떠나 최 단장과 김 단장은 모두 추춘제 전환 시 일반적으로 1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우리나라의 현 전산, 회계 시스템과 리그 운영을 맞출 수 있는지 우려를 보였다.
이와 관련, 경영관리 분과위원회를 운영한 J리그는 리그 방식 변화에 따른 경영 상황, 회계연도 변경 등 세부 사항을 모두 따져봤다.
전인표 회장은 "결국 팬들 입장에서도 추춘제를 받아들이려면 보완책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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