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한국도 국가 차원 투자해야"
개발 비용·수익성 관건…"인수공통감염병 이어져 효능있는 물질 개발 지속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며 치료제 개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치료제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노아바이오텍은 대웅제약과 항생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로 했다.
해당 플랫폼은 기존 항생제에 독창적 물질을 결합해 항생제가 표적 세균 내부로 잘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세균 내 항생제 농도를 높인다고 노아바이오텍은 설명했다.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 개발 벤처 펩토이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2022년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파스퇴르연구소의 고위험성 병균 실험실을 활용해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후보 물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펩토이드는 이렇게 도출한 후보물질 PDL-7과 PDL-16이 내성균인 그람음성균에 적용됐을 때 내성 발생이 낮고, 항균 스펙트럼이 넓어 다제내성균에 대한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전임상을 준비 중이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의 잦은 사용 등으로 인해 내성이 강해져 여러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게 된 균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제 내성균에 의한 사망자는 오는 2050년 연간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소아 환자가 증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고도 슈퍼박테리아 '시트로박터 프룬디'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균은 그람음성균의 일종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항생제 '조수라발핀'이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는 카바페넴 다제내성균(CRAB)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약은 현재 1차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높은 연구·개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생물 대항 치료제인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미생물을 배양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고, 원료를 합성하는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슈퍼박테리아 치료제는 기존 내성균에 대해 효과를 입증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하다.
개발 비용 대비 국내 수익성이 높지 않은 점도 과제다. 슈퍼박테리아가 인류를 위협하는 화두이긴 하지만 시급한 수요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2015년 국내 신약으로 허가받은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2020년 자진 품목 취하했다. 이 약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포함하는 그람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연조직 감염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미국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된 약값 때문에 시벡스트로를 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 머크(MSD)가 판권을 확보해 이 약을 판매하는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생제 임상 시험은 미생물 균주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시험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기업 주도의 연구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새로운 약제 개발을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명예교수는 "코로나 같은 사람과 동물을 오가는 인수 공통 감염병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기술과 효능이 높은 물질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연구 자원·기반 기술 확보, 물질 평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새로운 항생제·대체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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