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변화와 혁신의 시대,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2024. 1.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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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2024년인가 싶었는데 어느 덧 둘째 주가 됐다. 유한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흐르는 세월을 잡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라 하고 '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한다. 세월을 막을 수 없듯 강처럼 흐르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실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모든 사람은 유형의 강이든지 무형의 강이든지 '그 강'을 건너며 살고 있다. 나이는 '시간'이라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결혼은 남녀가 서로 다른 성장배경의 강을 건너 함께 사는 것이다. 봉사는 이기적인 '자아'라는 강을 건너 다른 사람을 품고 섬기는 일이다. 세대 차이는 서로 다른 세월과 문화의 간극이라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공부는 지식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연도는 2023년이라는 강을 건너 2024년을 사는 것이다. 변화는 '과거의 모습'이라는 강을 건너 새로운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옛 것은 가고 새 것이 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유·무형의 '그 강'을 건너며 살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혁신을 위해서 강을 건너라고 한다. "우편 마차를 아무리 증가시켜도 거기서 철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슘페터와 관련된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창조적 파괴를 '경영 기술 혁신으로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 슘페터가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혁신적인 기업가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이윤을 창출한다고 보았다'라고 설명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라고 한다. 이렇듯 창조적 파괴를 통한 변화와 혁신은 또 다른 '그 강'을 건너야 이뤄진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변화와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제도가 필요하다. 부와 소득, 정치 권력을 재분배하는 포용적 제도를 통해서 창조적 파괴 또는 파괴적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첫 번째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답을 요구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틀린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때로는 정답 자체가 아예 없거나 여러 개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인간의 본능인 인정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심리학적 용어로 인정욕구(Social Recognition Desire)라고 한다. 상대방을 변화와 개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일방적인 정책을 펼칠 때 상대방의 인정욕구는 채워지지 않고 불평과 불만, 반감의 결과를 초래한다. 변화와 혁신의 단계에서 협조를 얻으려면 먼저 상대방의 인정욕구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의 R&D 예산 대폭 삭감 정책은 매우 우려가 된다. 당사자인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인정욕구를 무시한 횡포적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세 번째로 '같이의 가치'를 깨닫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변화와 혁신으로 대표되는 개혁의 길에도 단기간의 혼선이 있더라도 장기간의 안정은 필요한 법이다. 한사람이 한쪽 노를 열심히 젓는데 반대쪽에서는 가만히 있게 되면 그 배는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게 될 것이다. '같이 하는' 사회와 '같이 갈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좋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시대와 세대, 사회, 가치관, 산업, 대학, 정치에 이르기까지 변화와 혁신의 길에도 경청과 소통, 그리고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소 늦게 가더라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함께 멀리 가는 방법을 모색해서 우리 공동체가 변화와 혁신의 열매를 공유하며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 제도와 포용적 사회를 가꿔 가자.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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