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라도 더"…이커머스, '체험'에 사활 걸었다
오늘의집·당근은 '커뮤니티'·'콘텐츠'
체류 시간·신규 고객 확대 목적
이커머스 업계가 '고객 체류형 인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이나 커뮤니티 등 서비스로 체류 시간을 늘리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마치 마트와 백화점이 체험형 요소를 강화해 매장 집객력을 높이려는 것과 같다. 앞으로 이커머스도 오프라인 채널처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임에 '동네' 모임까지
11번가는 지난해 11월 고객 참여 이벤트로 진행했던 인앱게임 '11클로바'의 서비스를 오는 3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11클로바는 11번가 내 활동을 통해 얻은 '물'로 클로버를 키우는 게임이다. 클로버 잎을 다 모으면 김, 홍삼, 타월 등의 상품을 준다. 11번가 관계자는 "고객에게 색다른 쇼핑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의도"라며 "두 달간 50만명 이상의 참여가 이어지는 등 고객 반응이 좋아 연장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컬리도 지난해 8월 인앱게임 '마이컬리팜'을 선보였다. 게임 속에서 양파, 토마토, 감자 등 가상 농장을 운영하는 콘셉트다. 작물을 다키우면 앱에서 팔거나 실제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역시 인앱게임을 공격적으로 운영 중이다. '고고매치', '머지보스', '띵띵농장' 등 세 가지나 운영 중이다. 농장형 게임부터 퍼즐까지 다양하다. 마찬가지로 상품과 할인 등 보상을 제공한다.
이런 체류형 서비스에는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내세워 고객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오늘의집'이 대표적이다. 원하는 채널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사진, 노하우 등을 공유할 수 있다. 당근(구 당근마켓)도 최근 동네 모임을 주선하는 '모임' 서비스를 내놨다. 소비자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구성이 목적이다. 독서, 여행, 스터디 모임까지 여러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오프라인 채널은 오래 전부터 체류형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현재 마트와 백화점 업계의 화두는 '체험형 매장'이다. 매장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거나, 영화관을 입점시키는 식이다. 신세계의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가 대표적이다. 색다른 경험과 볼거리로 고객이 방문하고 싶고 체류하고 싶은 매장으로 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앱 내 체류 시간을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앱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추가 구매도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광고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플랫폼에 붙이는 광고는 이커머스의 수익원 중 하나다. 이때 해당 플랫폼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일일활성이용자수(DAU)가 광고 단가 측정 수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치열한 경쟁 중이다. 그런만큼 누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고객을 록인(Lock-in)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손가락만으로 플랫폼 간 이동이 가능한 세상이다. 소비자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바로 도태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은 1인 평균 6개의 쇼핑앱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사용하는 앱은 3~4개에 불과했다.
1초라도 더 있어줘
이커머스의 체류형 서비스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향후 게임뿐만 아니라 라이브커머스 영상, 커뮤니티 확장도 예고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공격적인 인앱게임 마케팅 덕분에 MAU가 급상승했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지난해 6월 "더 이상 커머스는 단독의 사업 분야가 아닌 소비자의 즐거움을 주는 게임, 라이브커머스 영상, 커뮤니티 등도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이커머스 업계 2위로 거듭난 것도 풍부한 부가 서비스 힘이 컸다. 당초 네이버의 핵심 사업 모델은 검색 포털이었다. 이후 뉴스, 블로그, 지도, 커머스 등으로 서비스를 끊임없이 확장했다. 현재 회원수가 4000만명에 이른다. 서비스 하나하나가 플랫폼을 유지하는 록인 수단이다. 현재 네이버 커머스 실적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커머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6474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41.3%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의 부가 서비스 확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자칫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은 인앱서비스 도입에 미온적이다. 오직 메인 서비스인 로켓배송 등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한다.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 확보와 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적자 등으로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인앱서비스 도입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고객 체류 시간을 늘려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광고 수익 등을 증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업계 1위인 쿠팡은 인앱서비스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