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중은행 4곳 제재, '정보교환 담합' 최초 사례될까

이승주 기자 2024. 1. 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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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하나·우리에 심사보고서 발송
"21년 공정거래법 개정에 정보교환 포함"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상반기(1~6월)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총 95조157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5대 은행의 상반기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신규 취급액은 83조99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0.4% 급증했다. 11일 서울 용산구에서 한 시민이 은행 ATM를 이용하고 있다. 2023.07.11. ks@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 4곳을 담보인정비율(LTV) 등 담보대출 관련 정보를 공유한 건으로 제재하면서 은행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르면 4월께 제재 수위가 최종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사건은 공정위에서 제기한 최초의 '정보교환 담합'이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말까지 시중은행의 조사를 마치고 이들 담합 행위 관련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지난 8일 발송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말부터 은행권의 담합 조사에 착수, 그해 말 이를 마무리했다. 당시 여신 담당 부서에서 예대 금리와 수수료 담합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심사보고서에 대출금리 담합 의혹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문제로 제기한 부분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이 담보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LTV 등 거래조건을 담합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지 않도록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두고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대출부서 담당자들이 담보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타행의 거래조건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유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참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관행일 뿐, 최종적인 대출 조건이나 금리 수준은 각사의 산출방식과 운용방침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담합보다는 담보물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폭넓게 분석하기 위한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참고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한 것을 발견한 뒤 전후 관계를 뒤집어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번 정부에서 은행 등 금융권을 강하게 압박하자 공정위에서 무리하게 조사를 진행한 결과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학계 등에서는 이번 사건이 공정위에서 진행하는 최초의 '정보교환 담합'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담합이란 '가격 등을 서로 합의한 경우'와 '가격을 합의하기 위해 정보를 거래한 경우'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12월 공정거래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겠다고 합의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담합으로 보는 항목이 추가됐다.

해당 항목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0조1항9호이다.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금지하는 조항 중에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 2011년에도 정보교환이 문제가 된 '생명보험사 담합사건'이 있었다. 당시 공정위는 생명보험사가 이율을 결정하기 전 각사의 정보를 교환한 점을 근거로 이율에 대한 담합이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와 별개로 정보교환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율에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ppkj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그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12월부터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정보교환 합의 자체도 담합으로 규율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을 담합하기 위해 정보교환한 것을 보는 게 아닌, 정보 교환을 하겠다고 합의했는지 그 자체를 본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정보교환 자체 만으로 문제를 제기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 등에서는 정보교환 담합이 인정될 시 최대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초의 '정보교환 담합'으로 제기된 것과는 별개로, 실제 공정위의 주장이 받아 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에서 통제하는 지역별 주택담보 관리 기준을 참고하기 위한 용도"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어, 최종 심결에 주목된다.

한 법률계 전문가는 "해당 정보교환이 관련 업계에서 실제로 경쟁을 제한했는지 경쟁제한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약 1개월의 은행권 이의신청을 받고, 약 3개월 뒤 최종 심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여부를 최종 논의할 심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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