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박상수 "학폭이 변호사 '블루오션 시장' 전락…학교는 망했다"
"저는 학교가 망하길 원치 않는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오게 키워준 건 대한민국의 학교이고 대한민국 선생님들이다."
박상수 변호사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개최된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콘서트에서 책 집필 이유에 대해 "그땐(학창시절) 제 눈 앞엔 투명한 사다리가 있었다. 하지만 수시전형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생기고부터 그 사다리들이 안 보인다. 어딜 가서 가이드를 받아야 사다리의 시작점을 더듬더듬 찾아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가 망하길 원치 않는 박 변호사가 왜 지난 5일 '학교는 망했습니다'란 책을 출간했는지 그는 이날 북콘서트 내내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선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박 변호사와 대담을 진행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인재영입을 통해 입당한 박 변호사는 "작년 가을 책을 쓰기 시작할 땐 이런 자리를 생각지도 못했다"며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사람이 이런 제목을 써도 되느냐는데, 망한 걸 망했다고 해야지 어쩌란 말인가"라고 했다.
그가 꼽은 학교가 망한 핵심 요인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정서적 학대 조항, 학폭위 설치 의무화, 생활기록부 기재 의무조항 등이다.
박 변호사는 "2012년 학폭예방법이 개정돼 학폭위 개최가 의무화되고 학폭위를 통한 처분 내용의 생기부 기재가 의무화됐다"며 "법제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 현장이 준비가 안 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 입시 수시 비중이 2018년 75%에 이르게 되면서 생기부에 기재된 학폭위는 입시 치명타가 됐고, 가해 학생 부모들에겐 자녀 입시를 위해 어떻게든 이를 취소해야 하는 '수요'가 생겼다.
박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로 1년에 2500명씩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선생님들의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해 학폭위를 취소시키는 법률 수요"라며 "학폭 가해자들이 변호사를 고용해 학폭 문제를 조사하는 선생님들을 가해자로 만들면 됐다. 이 때 사용된 게 정서적 학대 조항"이라고 했다.
단체카톡방 내 사이버 폭력을 조사하기 위해 학생의 휴대폰을 검사한 교사를 가해자 부모가 정서적 학대로 고소하는 식이다. 교사는 단순히 피소된 사실 만으로도 직위해제되는 경우도 많다. 그는 "2020년에서 2022년까지 학폭 불복 심판 건수가 4배로 늘었다. 학폭 시장, 교권 시장이 변호사의 '블루오션'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데 누구 하나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선생님들이 이렇게 무너지고 있고 피해자 아이가 변호사 선임할 돈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서 자살하거나 자퇴를 한다. 그러다 아이들 부모들이 돌아가시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공권력인 선생님이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면 아이들이 자라서 법치를 신뢰하겠나"라며 "이 아이들이 어른이되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겨우 작년에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등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정치권은 실효성이라곤 없는 교권 보호 4법과 학폭예방법 개정하고 할 일을 다 했다고 한다"며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평생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중에서 박수가 나왔다.
그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뭘 빌겠나'란 교사의 질문에 "선생님들 책임에 걸맞는 권한이 주어지거나 책임이 사라지든 둘 중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은 학폭을 조사하기 위해 핸드폰을 본다고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지 않는다. 국세청, 공정위 공무원들도 처벌 권한이 있는데 교사는 권한 없이 무한 책임만 있다. 차라리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을 넘겨야 한다"고 했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지적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학교가 진영간 다툼으로 넘어갔다. 교육에 왜 보수 진보가 필요한가"라며 "아이들은 정치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이 무너지면 세상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정글이 될 것이고 그 속에 자라는 아이들은 법과 제도보다 돈과 힘을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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