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설명도 거부하나…윤 대통령 ‘침묵 일방통행’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소통 강조’ 발언들과 배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닷새째 침묵을 이어갔다. 대통령 배우자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에 거부권이 행사된 초유의 상황을 두고 권한 주체인 윤 대통령본인의 설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 늘 옳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5일 김건희 특검법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 등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정 현안을 다루는 첫 공개 일정이다.
모두발언이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지만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윤 대통령은 속도감 있는 국정 과제 추진을 당부하는 데 집중했다.
거부권은 헌법 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입법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안을 국회에 돌려보내는 극단적인 조치여서 의회민주주의 정착 뒤엔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현직 대통령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막아선 것은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 이시형씨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관련 특검을 수용했다.
초유의 상황에도 거부권 행사의 주체인 윤 대통령, 의혹의 대상인 김 여사의 직접적 입장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안건을 의결한 뒤 이를 재가했다. 지난 3월 양곡법 개정안, 지난 4월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 직접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거부권 행사 사유를 설명한 것과 차이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여론은 60~70%에 달했다. 다수 국민이 진상 규명을 원한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은 데 대해 윤 대통령이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생략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계기로 신년 기자회견을 거론한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 중이지만 확정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침묵은 그간 윤 대통령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며 “현실적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권 참패 뒤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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