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리셋할 수 있는 힘…… '꿀잠'이라는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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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쉽게 잠들고 푹 자는 편이다.
때때로 꿈 속을 헤매다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수면의 질도 꽤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새로운 하루'라는 말이 가능한 건 우리에게 잘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긴다.
인생은 장기전이라 때맞춰 리셋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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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안 풀리는 날이나 괜히 울적한 날 쓰는 방책이 있다면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몸과 마음이 리셋되는 기분이다. 최소한 어제보단 나아진다. 실제로 자는 동안 뇌 속 노폐물이 청소되기에 잘 자고 일어나면 사고력과 집중력, 기억력과 의사결정능력 등이 모두 향상된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하루'라는 말이 가능한 건 우리에게 잘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긴다. 잠으로 구분되는 하루가 쌓여 일 년이 되고, 자고 나면 지난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이번에도 자고 일어나니 2023년이 가버리고 2024년이 와 있었다.
2023년 12월30일, '뮤지컬 맥베스'를 봤다. 한 해를 보내면서 서울시뮤지컬단의 마지막 공연 티켓을 급히 끊었다. 거의 전 좌석 매진…… 무대에서 아주 먼 2층 꼭대기에서 관람했지만 아무튼 무척 만족스러웠다. '생은 허망한 연극'이라는 셰익스피어의 세계관에 젖어보는 걸로 가는 해와 오는 해를 차분히 마주한 듯한 '느낌적 느낌'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뮤지컬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원작을 현대적이고 압축적으로 각색했는데 서사의 기본 골격은 원작과 같았다. 스코틀랜드 왕의 충직한 부하였던 장군 맥베스가 왕권에 대한 욕망과 야심으로 왕을 죽이고 직접 왕이 된다. 그리고 찬탈한 자리에서 죄의식에 휩싸인다. 원작 희곡(1605~1606년)에서 맥베스는 덩컨 왕을 죽인 직후 "못 자리라!
맥베스는 잠을 죽여버렸다"는 환청을 듣는다. 뮤지컬에서도 맥베스 부부는 '한숨도 못 잤어'를 노래한다. 파괴적 욕망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편히 잠들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 부부에게서 잠을 빼앗는 걸로 고통을 그렸다. 왕좌를 부여잡은 맥베스 또한 반역으로 파멸한다. 죽을 때까지 다음과 같은 잠을 갈망하며. "순진한 잠, 엉클어진 근심의 실타래를 푸는 잠, 하루 삶의 멈춤이고 노고를 씻음이며 다친 마음 진정제, 대자연의 주된 요리, 이 삶의 향연에서 주식이고." ('맥베스' 2막2장, 윌리엄 셰익스피어·최종철 옮김, 민음사)
셰익스피어가 쓴 대사에 따르면 잠은 진정 보약이다. 근심을 풀게 하고, 하루를 끝낼 수 있게 하고, 노고를 어루만져주고, 마음을 회복할 수 있게 하고, 삶을 향연으로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것. 맥베스 부부의 불면은 이야기일 뿐, 현대인들의 불면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 사사로운 고통을 내가 다 알진 못하지만 꿀잠의 효용은 충분히 안다. 겪어봤으므로. 셰익스피어가 맞다. 잘 자고 일어나면 충전된다. 비로소 새로운 하루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만약 오늘이 너무 힘들다면 일단 잠을 청하자. 걱정과 고민거리, 내일 할 일 등을 적어 보는 걸로 머릿속을 비워낸 후 잠들면 효과가 더 좋다. 인생은 장기전이라 때맞춰 리셋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잘 안 풀리는 문제에 끈기 있게 매달려 보는 것도 좋지만, 푹 자고 일어나 새로 시작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꿀잠의 축복이 깃드는 한 해가 되기를. '맥베스'를 보고 나니 새삼스레 잠들 수 있는 기쁨을 새겨보고 싶었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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