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경제] 1조 투입한 금강산 관광지구, 北 강제 철거에 南 피해 규모는?

박근태 기자 2024. 1.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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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나라스페이스 ‘스페이스 저널리즘’ 공동 기획
지난 2007년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관광지구에 문을 연 아난티골프장. 약 50만평에 총 공사비 600억원을 투입해 모두 18개 홀 규모로 지어졌다. /연합뉴스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자산(노랑색)과 북측 자산(흰색). /CNES

한때 남북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 지구의 번화가에 있던 온정각이 금강펜션타운에 이어 철거된 뒤 콘크리트 잔해로 바뀐 것으로 인공위성 분석 결과 나타났다. 관광 지구 상징인 금강산 문화회관의 지붕도 철거로 사라졌고 컨테이너 192동으로 이뤄진 숙박시설인 구룡빌리지도 모든 컨테이너 건물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사실상 금강산 관광 지구 철거의 마지막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9일 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CNES)와 미국 위성기업 플래닛랩스가 운영하는 광학 지구관측 위성을 이용해 금강산 관광지구를 모니터링한 결과 남측 투자 시설의 철거가 지구내 거의 모든 시설에서 상당히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미국의 소리(VOA) 등 해외 북한 분석기관이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 진척 상황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국내 위성 분석기업이 이런 결과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1998년 11월 18일 동해항에서 금강호가 출항하며 문을 열었다. 2002년에는 고성군과 금강군 일대에 ‘금강산 관광지구’ 특별구가 설치됐다. 금강산 관광지구는 전체 면적이 530제곱킬로미터(㎢)로 남측 기업들과 북측이 설치한 관광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현대아산과 골프·레저회사 아난티, 국순당 등 국내 기업들이 1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교류는 2008년 7월 11일 남측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남북 관계 경직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은 2016년 3월 금강산 기업의 투자자산을 전부 몰수하고 모든 계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핵협상이 결렬된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 10월 금강산 시찰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관측통들은 2022년 3월부터 해금강호텔을 포함한 남측시설에 대한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해금강호텔은 같은 해 5~7월쯤 건물이 해체된 것으로 보인다.

NK뉴스는 이와 관련해 금강산 관광지구에서는 3월에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이, 4월엔 아난티 골프 리조트가 각각 해체되기 시작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는 2022년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서관, 구룡빌리지가 추가 철거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현황 /ESA 통일부

고성항에 있던 해금강호텔은 금강산 관광 남측 사업자이던 현대아산이 소유한 수상호텔이다. 2000년 10월 문을 열어 주로 한국 관광객들이 숙소로 이용했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장기간 방치됐다.

CNES가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인 플레이아데스 네오위성이 2022년 2월 촬영한 금강산 관광지구 북쪽 지역 사진만 해도 미처 철거되지 않은 흰색의 해금강호텔 지지대 모습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1월 25일 플래닛랩스의 스카이샛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더는 지지대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 모습이 확인된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5월 금강산 관광단지 북쪽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해 북측이 항구에 있던 해금강호텔 하층 지지대를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지지대는 길이 95m 폭 30m로, 해금강호텔을 떠받치고 있다가 건물 해체 이후 대형 철제 바지선 형태로 남아 있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12월 금강산 관광지구인 북쪽으로 약 37㎞ 떨어진 통천항으로 지지대를 옮긴 뒤 4월21~30일쯤 완전히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

해금강 호텔 인근 철거 현황 위성사진 /CNES 플래닛랩스

같은 기간 해금강호텔 인근에 있던 금강펜션타운과 고성항 횟집 건물도 철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12월 문을 연 금강펜션타운은 다인관광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숙박시설로 펜션 34동과 매점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철거를 진행하면서 현재는 건물이 있던 자리만 남아있다.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갈색 지붕이 선명하던 고성항 횟집도 철거 후 흔적만 남아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시설은 고성항 옛 통행검사사무소 건물을 개·보수해 236석 규모로 2003년 12월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현대아산이 소유하고 일연 인베스트먼트가 운영을 맡은 시설로 커다란 수족관을 갖춰놓고 북한 개선무역총회사가 공급하는 활어를 관광객들에게 팔았다. 2022년 2월만 해도 갈색 지붕이 보였지만 지금은 회색 콘크리트 잔해만 남아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고성항 남쪽 해금강 지구에는 원래는 현대아산 금강산 원유공급소와 생활관이 있었다. 지난 2020년 2월11일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이 해당 지역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당시만 해도 원유공급소의 광장을 중심으로 각종 차량과 건물이 포착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스카이샛이 촬영한 영상에서는 관광버스와 업무용 차량에 기름을 공급하던 주유소 광장 주변 건물들은 철거됐고 파란 지붕의 금강산 원유공급소 건물만이 해당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산 관광지구 해금강 지구 위성사진 /플래닛랩스 CNES

남쪽에 자리한 금강산 골프장 리조트에선 원래 있던 건물 8개동이 모두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난티는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대지 168만5000㎡(약 51만평)를 2004년부터 2054년까지 50년간 재임대해 18홀 규모 골프 코스와 96실 규모의 리조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2008년 개장을 앞두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업을 접게 됐다.

이 골프장 리조트에선 숙소 단지 8개동 지붕과 외벽이 모두 해체된 뒤 현재는 콘크리트 기초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월 플레이아데스 네오 위성이 촬영한 사진에서 보이던 골프장 건물들은 지난 11월 25일 스카이샛 영상에선 터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잔해들은 건물 용지 모양으로 널브러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에서는 10월 전후로 노란색 지형이 발견됐는데 평평한 지대로 분석됐다. 이 부지에서는 옥수수를 말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금강산 골프 리조트에서는 건물 8개가 모두 철거 당하며 콘크리트 잔해들이 건물 부지 모양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골프장 건물 앞으로는 노란색 지대가 발견됐는데 10월 전후로 평평한 지대에서 옥수수를 건조하는 북한의 광경이 포착되었던 것을 토대로 해당 부지에서는 옥수수를 건조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CNES 플래닛랩스

금강산 관광지구에는 남측 자산 외에 북측이 투자한 자산도 있다. 금강산호텔과 금강원, 외금강호텔이 대표적인 북측 자산이다. 북측 자산 중 한 곳인 금강산 호텔은 관광지구 내 대부분의 남측 자산이 건물 구조물과 외벽이 허물어져 있는 것과 달리 건재한 모습을 나타냈다.

금강산 호텔은 CNES가 2020년 5월 촬영한 모습과 지난 11월 25일 플래닛랩스 촬영한 영상에서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정부가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자산뿐 아니라 북측 소유 시설인 금강산 호텔을 철거 중인 것으로 보여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금강산호텔에서 동쪽으로 약 1.3k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외금강호텔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금강호텔 인근 현대아산이 소유하고 운영을 맡았던 금강산 옥류관도 남측 자산이지만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 5월까지만 해도 잘 유지되던 남측 자산인 온정각과 금강산 문화회관, 구룡빌리지는 지난 11월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영상에선 대부분 철거되거나 무너져 내린 모습이 포착됐다.

이 최근 영상에선 금강산 관광의 번화가 ’온정각’ 동관과 서관은 금강펜션타운처럼 철거된 채 건물 용지에 콘크리트 잔해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돔형태인 금강산 문화회관은 지붕이 뚫린 채 건물이 철거 중인 모습이 확인됐다. 동쪽에 컨테이너 192동으로 이뤄진 구룡빌리지도 모든 컨테이너 건물이 치워진 채 텅 빈 부지만 포착됐다. 일부 컨테이너만 옮겨져 해체로 봐야할 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정보를 뒤집는 결과다.

북측의 외금강 호텔 건물과 함께 특이하게도 남측 자산 중 현대아산이 소유 및 운영을 맡았던 금강산 옥류관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텔 동쪽에 위치한 남측 자산인 온정각, 금강산 문화회관, 구룡빌리지는 자세히 보아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사라진 광경이었다. /CNES 플래닛랩스

일각에선 북한이 외부 자본을 유치해 새로운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개발사업계획을 추진하려는 의도로 금강산 관광 단지를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는 “금강산지구를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로 훌륭히 꾸리기 위한 개발사업을 연차별, 단계별 계획에 따라 밀고 나가라”며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한 우리 식으로 건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위성 영상 분석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대로 아직은 남측 자산들만 철거한 것을 확인했다. 반면 철거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측 소유 시설들은 철거 흔적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남측 시설에 대한 무단철거 동향을 엄중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북한 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기업협회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는 지난해 금강산 관광 25주년을 맞아 “보상 특별법을 제정해 손실 보전, 투자금 전액 지급, 대출금과 이자 탕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통치권 차원에서 모든 남북경협을 중단시켰다”며 “법이 미비해서 보상이 어렵다면 그것은 정부의 준비 부족이고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25주년 기자회견에서 금강산기업협회와 금강산투자기업협회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ko/post/north-korea-unauthorized-demolition-of-south-korean-assets-in-mt_-geumgang-tourist-zone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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