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절세 논란', 캘리포니아주 불만 "97% 지불유예→세금 1293억원 못 받는다"

양정웅 기자 2024. 1.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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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남을 천문학적인 금액과 사상 유례없는 디퍼렌셜(지불유예) 계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그런데 미국 세무당국에서는 이 계약을 불편하게 보고 있다.

미국 매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9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 주정부 감사관이 '오타니가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캘리포니아에 내지 않게 되는 제도상 허점을 막아야 한다'며 주 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10일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26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었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33억 원)가 이전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23억 원)의 연장계약이고, FA만 따지면 지난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746억 원)다.

더욱 놀라운 건 계약기간 오타니가 실제로 받는 돈은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는 매년 연봉 7000만 달러(약 922억 원) 중 200만 달러(약 26억 원)만 받는다. 계약 총액의 무려 97%에 해당하는 6억 8000만 달러(약 8965억 원)가 추후 지급된다.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2034년부터 2043년까지 10년 동안 무이자로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 이는 이른바 '디퍼 계약(The deferrals)'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구단과 선수가 초대형 규모의 계약을 맺을 경우, 구단이 일부 연봉을 나중에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이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심지어 이런 계약을 오타니 본인이 먼저 요청한 것이 더 화제가 됐다. 자신의 거액 연봉 지급을 미루면서 다른 선수를 영입해달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다저스는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타일러 글래스노우,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면서 대거 전력보강에 나섰다. 오타니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원래 어떤 선수나 계약 규모가 클 경우, 디퍼 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 금액에 관한 부분도 선수에게 일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페이롤에 있어서 유연성을 구단이 갖는다면, 저는 나중에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디퍼 계약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불만을 드러냈다. 골자는 '2034년 이후 캘리포니아를 떠나게 되면 납부할 세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연방 개인소득세 37%에 캘리포니아 주세 13.3%를 내야 한다. 연방세는 미국에 거주한다면 어차피 내야 하는 돈이지만, 주세는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오타니가 계약기간 종료 후 다른 주로 이사하게 된다면 캘리포니아주는 세금을 받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의 개인소득세는 미국 50개 주에서 가장 높다. 반면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개인소득세가 없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매체에 따르면 오타니가 타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면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약 9800만 달러(약 1293억 원)의 세수를 잃게 된다. 이에 말리아 코헨 주정부 회계감사관은 "현재의 조세 제도는 고액 연봉자들에게 유예를 허용하며 조세 구조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리적인 지불유예 한도가 없다면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고 재분배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헨은 "주 의회가 즉시 단호한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 한도를 실시하는 건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하고 공정한 조세 제도에 기여하는 일이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만약 법 개정이 된다면 오타니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고 해도 캘리포니아에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다저스가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주세에 대응해 절세 방안을 찾은 건 오타니뿐만이 아니다.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290억 원)의 투수 FA 최고액으로 영입한 야마모토의 경우 계약금을 5000만 달러(약 650억 원)로 책정했는데,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회계법인 PFK 공인회계사 로버트 라이올라에 따르면 야마모토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계약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다저스는 2024년에 야마모토에게 계약금 전액을 지급할 예정이며, 세금 절감액은 720만 달러(약 95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와 오타니 쇼헤이. /사진=클러치 포인트
NPB 닛폰햄에서 5시즌을 뛴 후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빅리그 6시즌 동안 타자로는 701경기에 나와 타율 0.274(2483타수 681안타), 171홈런 437타점 428득점, 86도루, 출루율 0.366 장타율 0.556, OPS 0.922의 성적을 거뒀다. 투수로는 86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 481⅔이닝 608탈삼진 173볼넷, WHIP 1.08을 기록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년과 지난해에는 리그 만장일치 MVP를 수상했다.

오타니는 2023시즌에도 타자로서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20도루,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 1.066, 투수로서 23경기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132이닝 167탈삼진을 기록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팬그래프(9.0)와 베이스볼 레퍼런스(10.0) 기준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파열로 9월 중순 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2년 전 2개 차이로 차지하지 못했던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선두에 올랐다.

오타니는 개인 2번째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선수가 2회 이상 만장일치 최우수선수에 오른 건 그가 처음이었다. 또한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부문 실버슬러거를 차지했고, 리그 최고의 지명타자에게 수여하는 에드가 마르티네스상도 3년 연속(2021~2023년) 수상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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