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덩치 커졌으나 시장 성장지속 의문…과로사·수수료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미국 증시 상장 3년을 앞둔 쿠팡은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몰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쿠팡은 또 과로사 논란이나 입점·납품업체와 수수료에 대한 갈등과 같은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게 안고 있다.
쿠팡, 한국 이커머스 성장세에 올라타…코로나 때 반사이익
쿠팡은 2010년 창립 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렸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간 6조2천억원을 전국 물류망 구축에 투자하면서 전국에 그물망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마련했다.
쿠팡은 AI(인공지능) 예측으로 고객이 주문할 제품을 물류센터에 미리 확보했다가 출고하기 때문에 당일배송 또는 새벽 배송 등 익일배송이 가능하다.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등으로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을 전국 시·군·구의 80%(180여개)까지 늘리고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했다. 작년 3월에도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도입해 직매입 상품뿐 아니라 일반 판매자 상품도 당일이나 익일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했다.
로켓 배송이 한 번 이용한 고객이 계속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커 쿠팡은 매출 신장에 5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쿠팡은 작년에 3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이용 고객이 2천만명을 돌파했고, 3분기 매출 8조원, 영업이익 1천146억원으로 2010년 창업 이래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이 이른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에서 '쿠이마롯'(쿠팡-이마트-롯데쇼핑)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1∼3분기 매출을 보면 쿠팡 23조원, 이마트 22조원(연결기준), 롯데쇼핑 10조원(연결기준) 등 순이다.
그러나 이런 쿠팡의 독주를 두고 '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쿠팡은 자사 입점 소상공인 수가 21만명을 넘었고 대만 진출로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 수출이 늘었다고 홍보했다.
신사업 리스크·한국 이커머스 성장 둔화 직면…중국 쇼핑몰과 경쟁
고속 성장을 해온 쿠팡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신사업 리스크(위험), 이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쇼핑몰의 한국 진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쿠팡은 쿠팡이츠(음식배달),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 대만 진출 사업 등 신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
쿠팡은 연합뉴스에 "전국을 잇는 물류 인프라와 기술 혁신, 자동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대만 사업 등 신사업 투자를 통한 국내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지원도 지속해 펼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사업은 요기요·배달의민족, 넷플릭스·티빙·디즈니플러스 등 기존 업체와 경쟁해야 하므로 신규 투자가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달 쿠팡Inc가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5억달러(6천5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과연 쿠팡이 명품 제품을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최상위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몰을 통한 온라인 직접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또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를 뜻하는 '활성 고객 수'는 2천만명을 돌파했으나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 자체도 크게 둔화했다.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성장률은 2021년까지 20%대에 달했으나 2022년 10%대로 반토막 났고 작년 3분기에는 8%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초저가 가격'을 내세운 중국 온라인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고객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2위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각각 차지했다.
쿠팡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공산품 대다수가 중국산이어서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 쿠팡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쿠팡, 노동계와 '과로사' 공방…입점·납품 업체와 수수료 갈등
쿠팡은 고속 성장으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게 안고 있다.
노동계와의 공방이나 입점·납품 업체와의 수수료 갈등이 대표적이다.
노동문제와 관련해선 쿠팡의 심야·새벽 배송 종사자, 물류센터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택배노조 등 노동계와 '과로사' 공방이 반복되고 있으나 쿠팡은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유통·물류업에서 업무상 질병 사망 노동자의 사인 1위가 심장질환(47.7%), 2위가 뇌혈관 질환(34.3%)이라고 밝혔다.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가는 수수료율도 논란거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 20일 발표한 2022년 유통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쇼핑몰 실질 수수료율은 12.3%로 나타났다.
대다수 업태에서 실질 수수료율이 전년 대비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졌으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2019년 9.0%이던 실질 수수료율은 2020년 10.7%, 2021년 10.3%를 거쳐 2022년 12%를 넘어섰다.
온라인쇼핑몰 중에선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이 27.5%로 가장 높다. 이는 업계(12.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다만 쿠팡은 특약 매입 거래 비중이 8.5% 수준이고 납품업체 상품을 직접 보관·배송하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최근 최대 수수료율 관련 보도를 한 매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도 나섰다.
앞서 쿠팡은 햇반 등 주요 제품 납품가를 둘러싸고 CJ제일제당이나 LG생활건강 등 제조 기업들과도 대치해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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