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개혁 어렵다면 기금운용이라도 지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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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복이 특이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교복 교체 투표를 떠올린다.
기대를 거는 곳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연금 고갈 시점이 5년가량 미뤄진다는 예측치를 고려할 때 응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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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복이 특이했다. 학생들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2~3년에 한 번씩 교복 교체 여부가 투표 안건으로 올랐다. 1학년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3학년은 대개 반대표를 찍었다. 2학년은 반반이었다. 항상 반대가 다수여서 교복은 바뀌지 않았다. 갈수록 줄어드는 학령인구를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였다. 1학년보다, 2학년이, 2학년보다 3학년의 표가 더 많았다. 3학년은 대체로 “난 어차피 곧 졸업할 텐데”하는 심정으로 교복 교체에 반대했을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교복 교체 투표를 떠올린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될 예정이다. 고갈 이후에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될 입장에선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십분 동의한다. 일부 정치인은 국민연금이 고갈되어도 정부가 빚을 내 메꾸면 된다고 쉬이 말하지만, 노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인 시대에 국가 재정이 국민연금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매번 미뤄지거나 땜질식으로 대충 덮고 있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연금 수령 중인 세대를 차치하더라도 연금 수령을 앞둔 50대보다 40대가, 40대보다 30대가, 그리고 20대와 10대가 더 소수다. 국민연금 개혁이란 구호에 공감하면서도 실현할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한 배경이다.
기대를 거는 곳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2022년 투자는 죽을 쒔지만,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2%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연금 고갈 시점이 5년가량 미뤄진다는 예측치를 고려할 때 응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기금 투자를 다변화하고,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등을 추가로 열고 보수, 성과급을 높여 우수 기금 운용 인력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017년 전북 전주시로 옮겨간 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었던 만큼 필요한 조처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전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액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3.6% 올렸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하는 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의 상·하한액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매년 진행하는 조처다. 국민연금 개혁 관련 논의는 오는 5월 22대 국회 출범 후에나 진행될 전망이다.
모교의 교복은 졸업하고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국민연금 개혁은 다른 결과이길 희망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가입자)이 아직 받는 사람(수급자)보다 많은 지금, 보험료율 인상 등의 조처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기금 운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가입자 수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한 합의 과정에 또 밀린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우수 인력 확보 방안이라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길 바란다. 최소한 투자 성과라도 있어야 국민연금 고갈 세대가 믿고 낼 동력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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