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계약’으로 스스로 다잡은 함덕주 “AI 심판? 비겁하더라도 활용해야죠”

안형준 2024. 1.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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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함덕주가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29년의 한을 풀고 1994년 이후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누구보다 간절히 우승을 원했던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LG의 모든 구성원들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함덕주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벌 두산 베어스 출신으로 2021시즌에 앞서 양석환과 유니폼을 바꿔 입은 함덕주는 양석환이 두산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사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1-2022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29경기 33.2이닝을 투구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함덕주는 건강을 되찾고 57경기에 등판해 55.2이닝을 투구하며 4승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의 맹투를 펼쳤고 LG의 최강 불펜진의 핵심으로 자리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70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함덕주는 LG와 4년 총액 38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고 잔류했다.

LG 구단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함덕주는 "LG에 남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고 LG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빠르게 계약을 맺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이틀만에 바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LG에 남고 싶었다는 것이다.

총액 38억 원 중 18억 원이 인센티브다. 보장 금액과 인센티브 금액이 거의 비슷한 계약. 선수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이 보장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함덕주는 "작년 같은 활약을 계속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건강하게 던지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나는 그동안 계속 부상이라는 리스크가 있었다. 그래서 인센티브 조항이 그걸 없애기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그런 조항 덕분에 FA를 했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시즌 한 시즌 잘 준비하며 치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하고 계약했다"고 밝혔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인센티브 조항을 오히려 스스로를 다잡는 계기로 삼았다는 것이다.

부상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던 함덕주는 "빨리 깔끔하게 수술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는 조금 있지만 그 외에는 아쉬운 것은 없다"며 "부상으로 2년을 쉬었지만 그래도 FA를 했다는 것은 그 전까지는 잘 해왔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년을 쉰 것이 아쉽지만 내가 부상 리스크를 계속 안고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는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뒷문 공백이 생겼다. 염경엽 감독은 2년차 유영찬을 마무리 1순위 후보로 낙점한 상태. 국가대표 불펜 투수이자 마무리 투수로 뛰어 본 경험도 가진 함덕주 입장에서는 마무리 자리가 다른 선수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함덕주는 "신경쓰지 않는다. 서운하지도 않다. 내가 서운하다고 해서 바뀔 것이면 감독님께 서운하다고 하겠지만 보직은 감독님이 정하시는 것이다. 감독님이 보시기에 영찬이가 가장 좋은 후보라고 생각하셨으니 그렇게 결정하신 것이 아니겠나. 그냥 나는 내가 할 것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면 또 좋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반응했다.

LG는 지난해 우승을 계기로 '왕조'를 만들겠다는 각오.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2연패를 경험했던 함덕주는 "두 번째 우승할 때는 엔트리에만 있었지 나는 쉬었다. 당시에는 시즌 후반에 군대를 가야지 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엔트리에 들었다"며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올해도 잘해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작년에 준비했던 대로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준비한다는 것은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 함덕주는 "LG에 처음 왔을 때는 뭔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원래 캠프에서 구속에 신경을 쓰거나 세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년에는 스스로도 불안할 정도로 페이스를 천천히 올렸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그랬더니 딱 시즌에 맞춰 컨디션이 올라왔다. 올해도 그렇게 준비할 것이다"고 밝혔다.

KBO리그 올시즌의 화두는 역시 AI 심판의 도입이다. KBO는 스트라이크 존을 AI가 자동으로 판정하는 ABS를 올해부터 도입한다. 처음 실시하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나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함덕주는 "일단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른다. 그래도 직구는 어차피 비슷하게 판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투수마다 다 다른 변화구 궤적인데 그걸 잘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화구의 판정을 중점적으로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함덕주는 "스트라이크 존을 더 잘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높은 공을 잘 잡아준다면 그쪽으로 많이 던지고 낮게 떨어지는 공이 걸친다고 판정이 된다면 그걸 또 많이 쓸 것이다. 조금 비겁한 것도 같지만 그렇게 해야할 것 같다"며 "이천에서 AI 판정 경기를 딱 한 번 해봤다. 당시 변화구가 숏바운드처럼 가는데 스트라이크 콜이 나온 것도 있었다. 그런 것을 잘 사용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사진=함덕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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