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멸'로 향하는 이대남 부대

김지훈 기자 2024. 1. 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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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야 전멸이 아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군에서는 도상연습(지도 위에 부대나 군사시설 등을 표시해 벌이는 모의 전쟁) 등에서 아군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수준의 피해 규모를 설정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교는 "군 기능, 참모 기능, 무기, 탄같은 게 갖춰져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대는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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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뉴스1) 김기태 기자 = 29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관에서 열린 22-37기 26교육연대 2교육대 신병 수료식에서 장병들이 도열해 있다. 이번 수료식을 마친 2개 교육기수 훈련병 총 1701명은 18개월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2022.6.29/뉴스1

다 죽어야 전멸이 아니다.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군에서는 도상연습(지도 위에 부대나 군사시설 등을 표시해 벌이는 모의 전쟁) 등에서 아군이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수준의 피해 규모를 설정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장교는 "군 기능, 참모 기능, 무기, 탄같은 게 갖춰져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대는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기관 트레이더 출신의 한 주식투자 전문가는 적정선을 넘어선 손실을 '불가역적 피해'에 빗댄다. 예컨데 투자 원금의 33% 손실을 입은 투자가는 원금 복구를 위한 손실을 회복하려면 그 상태에서 5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원금 3분의 1을 까먹은 사람이 50%의 수익률을 올려 만회하는 것이 가능할까.

부대원 3분의 1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은 부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살아남은 부대원들은 병력 손실분만큼 더 활약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정신적으로 공포에 휩싸여 더는 전의를 발휘하지 못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와중에 전우의 시신을 묻거나 후송해야 한다.

통계청의 남북 군사력 현황표를 보면 2022년 기준 국군의 전체 병력 규모는 50만여명으로 2014년(63만여명) 대비 20%가 줄었다. 같은 기간 북한은 120만여명에서 128만여명으로 늘었다. 출산율 추이를 감안하면 2040년엔 우리나라의 병력이 40만명 선도 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인구 절벽으로 인해 입대 가능한 이대남(20대 남성)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결과다. 2014년과 비교하면 36% 이상 감소하는 상황이다.

북한군이 아니라 '인구 절벽'이 이대남 부대를 '전멸'로 몰아가는 셈이다. 여성 징병제 등 민감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군은 국민적 공감대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할 군이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아쉬운 심경을 토로하는 장성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여성까지 군대에 징집해야 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가면 병력 면에서 북한이 우리를 압도하는 안보 위기가 불보듯 뻔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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