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태영 오너 일가, 'SBS 지분 담보 카드' 내놓은 배경은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2024. 1.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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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정부, 고강도 압박,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에 결국 백기
윤세영 "자구노력 부족시 SBS 주식 담보로 태영건설 살릴 것"
태영그룹 "유동성 문제 해결 안 되면 언제든 내놓겠단 각오"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태영건설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채권단 협의회를 이틀 앞두고 태영그룹이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 등 대주주의 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앞서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제시했던 자구안과 관련해 미이행 논란이 벌어지며 워크아웃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기존 자구안 이행은 물론 추가 자구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윤세영 회장 등이 보유한 SBS 지분 및 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 시점에 대해 태영건설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달긴했지만 워크아웃 개시 직후라도 이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고,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TY홀딩스·SBS 주식,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담보로 제공"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자구노력이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TY홀딩스·SBS 주식 지분 담보와 관련해 규모는 '지분 전체', 시행 시기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로 제안했다. 태영그룹 사주 일가의 TY홀딩스 지분은 33.7%다. 이날 시가총액(2368억원)을 기준으로 798억원이다. TY홀딩스는 SBS 지분을 36.9% 보유하고 있는데 시가총액(5426억원)을 기준으로 2002억원 수준이다.

앞서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전액(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를 골자로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는데 이런 자구안 이행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태영그룹 최금락 부회장은 "(두 회사 주식 담보 제공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윤 회장 등 대주주가 가진 주식) 전체가 다 필요하다면 전체를 내놓을 각오도 되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대주주 사재 출연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던 태영그룹이 이처럼 입장을 선회하고 나선것은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과 정부, 대통령실까지 기존 자구책 이행과 추가 자구안 마련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태영그룹은 대주주 일가의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통한 유동성 확보 가능성에 대해 경영권 방어와 방송법상 제약 등을 내세우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이런 가운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태영건설에 대한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하면서 자구안 미이행 논란이 발생했고 채권단과 당국은 "자기 뼈 대신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협력사와 수분양자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만큼 정부가 워크아웃을 개시할 것이라는 인식에 태영그룹이 배짱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채권단 협의회를 사흘 앞두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 회의' 멤버 외에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만나 "태영 측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사재 출연 등 추가 자구안 마련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고, 시장 일각에서는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윤세영 창업회장이 직접 나서 대주주 지분 담보 제공을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옅은 미소를 띄고 입장한 윤 창업회장은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할 자구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 자리에 함께한 윤석민 회장 역시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YT홀딩스와 SBS 지분도 담보로 제공하고 TY홀딩스의 대주주 및 이사회 의장, 태영건설 이사회 의장으로서 창업회장과 끝을 같이 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겠다"며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채권단이 도와주시길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허리를 굽혔다.

다만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금락 부회장은 SBS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SBS는 언론기업이고 방송은 여러 규제를 받는 기업이어서 일반기업과 달리 직접 지분 매각 등에 법적 규제가 굉장히 많고 그래서 이것(SBS 지분 매각)은 사실 어렵다"며 "그렇지만 유권해석을 받아보니 담보 제공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해서 담보로 제공해서 지원한다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금융당국·산업은행 "의미 있는 안"…워크아웃 청신호

박종민 기자

태영그룹을 고강도로 압박해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이날 발표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태영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주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을 필요시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미집행분 890억원을 어제 태영건설에 대여함으로써 정상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며 "계열주가 오늘 발표한 방안은 워크아웃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실행한다는 것을 확약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제1차 협의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데 대해 태영건설과 그룹이 각 채권자에 워크아웃 개시와 정상화 추진을 위한 협조를 신속하게 요청하라고도 촉구하기도 했다.

당국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정도면 괜찮은 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집행력과 실행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이런 자구안을 채권단 다수가 동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아닌 담보 제공을 통한 유동성 확보이고, '기존 자구안 이행이 부족할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달려서다. 유동성 상황에 대한 태영건설과 채권단이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산은은 오는 10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주요 채권단을 재소집해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에는 태영그룹 임원들이 참석해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후 11일 채권자협의회에서 서면 결의하는 방식으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채권단의 75%(신용 공여액 기준)가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되면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를 즉시 개시해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을 분석하고, 추진 방안을 검토가 이뤄진다. 채권단은 제출된 자구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하고,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에도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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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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