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화훼 특수, 피지도 못하고 져

서효상 기자 2024. 1.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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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 지 열흘 갓 지났을 뿐인데 사라져버린 게 있다.

재미도 보기 전 해당 시장 자체가 없어져 화훼인들이 허탈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연시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특히 많이 몰린 날은 지난해 12월29일, 올해 1월 4~5일 등 사흘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철 고온과 잦은 비 등 날씨가 불규칙하면서 프리지어·델피니움 같은 저온성 작물의 생육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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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고온에다 잦은 비로
튤립·프리지어 등 생육부진
농가, 물량 제때 공급 못해
7일 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앞서 절화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평소보다 반입량이 줄어든 모습이다.

새해가 밝은 지 열흘 갓 지났을 뿐인데 사라져버린 게 있다. 바로 졸업식 화훼시장이다.

재미도 보기 전 해당 시장 자체가 없어져 화훼인들이 허탈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훼 유통인과 생산농가에 따르면 8일 기준 전국 학교의 50% 이상이 졸업식을 이미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졸업식은 전국적으로 12월 마지막주부터 1월 첫째주에 집중됐다.

연말연시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특히 많이 몰린 날은 지난해 12월29일, 올해 1월 4~5일 등 사흘이었다. 수도권 기준으로 12월29일 졸업식을 한 학교는 69곳에 달했다. 1월5일은 137곳이 행사를 치렀다.

한겨울 졸업식이 열리는 이유는 교육당국의 방침 변화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2020년부터 의무수업일수 190일을 채우면 각 학교 재량에 따라 학사 일정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이후 많은 학교가 ‘12월말 1월초 졸업식’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졸업철 인기 절화류로는 장미·프리지어·안개꽃·리시안서스 등이 꼽힌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철 고온과 잦은 비 등 날씨가 불규칙하면서 프리지어·델피니움 같은 저온성 작물의 생육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생육부진은 시장 반입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7일 프리지어는 1만8027단이 반입됐다. 지난해 같은 때(2만3909단)와 견줘 25% 줄었다. 같은 기간 리시안서스 반입량도 3만191단에 그쳐 전년 동기(3만9565단) 대비 24% 감소했다.

구근류인 튤립도 생육에 지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상 aT 화훼공판장 경매실장은 “기온 변동폭이 크고 비가 많이 오는 날씨는 구근류 작물 생육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튤립 반입량은 크게 줄지 않았지만 일부 농가는 체감적으로 수확량이 큰폭으로 감소했다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김병찬 경매사도 “가을철 고온다습 등 이상기후로 구근류 대표 작물인 튤립이 뿌리가 썩거나 생장이 지연된 사례가 나타났다”면서 “일부 농가에선 11월부터 출하해야 할 튤립이 제때 나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기상청이 지난달 내놓은 ‘2023년 가을철(9∼11월) 기후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은 역대 최고급으로 따뜻했다. 가을철 평균기온은 15.1℃로 기상 관측 이래 1975년(15.4℃), 2019년(15.2℃)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이 중 11월은 기온 변동폭(5.9℃)도 컸다. 종전 최대폭을 기록했던 1979년(6.1℃) 다음으로 변화무쌍했다. 11월 상순엔 전국적으로 비도 많이 왔다. 대기 하층의 수증기가 남서풍을 타고 강하게 유입되면서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수요에 맞춰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발만 구른 농가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상기후가 모처럼 찾아온 대목을 날려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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