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구본창의 수집하기와 사진 찍기

관리자 2024. 1.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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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이유는 물건을 수집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수집을 하는 계기는 두가지인데, 그 하나는 물건이 희귀해서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생긴다.

구본창(1953년생)은 사진가인데, 그 이전에 잡동사니 수집가이기도 하다.

구본창은 다른 사람이 수집한 물건을 사진으로 찍는 작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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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문라이징 Ⅲ’, 2004~2006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점 각 100X80㎝. 서울시립미술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물건을 수집하는 이유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수집을 하는 계기는 두가지인데, 그 하나는 물건이 희귀해서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생긴다. 다른 하나는 글의 끝부분에 언급하려 한다. 그렇다면 사진은 어떤 경우에 찍는가? 그냥 지나치면 영영 잊을 것 같아 아쉽거나 나만의 추억으로 두고두고 소유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구본창(1953년생)은 사진가인데, 그 이전에 잡동사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가 고릿적 묵은 메모지까지 모아두는 사람이라는 건 유명하다. 지금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구본창의 항해’ 전시회에 가보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구본창의 인생 여정은 ‘호기심의 방’에서 출발한다. 방 주인이 특별히 아끼는 진귀한 기념품과 예술품이 놓여 있는 서재를 ‘호기심의 방’으로 불렀는데, 그 유래는 16세기 중반의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이색적인 모양의 자연물이나 먼 나라에서 건너온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한 수집 열풍이 일었고, 신비로운 수집품들을 진열하기 위해 집에 개인 박물관을 꾸몄다.

구본창의 삶을 회고하기 위해 재구성한 호기심의 방 코너에는 각종 인쇄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미지, 선물이 들어 있었을 작은 상자, 그리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무언가의 파편이 보인다. 전시장을 거닐다보면 시간 여행자가 돼 작가의 젊은 시절을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70세가 된 작가의 예술적 취향을 추적해보기란 글로 쓰자면 난감한 일이지만 물건들을 살피면 한결 수월하게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수집품이 들려주는 사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거쳐온 삶의 행보가 슬며시 드러나기 시작한다.

구본창은 다른 사람이 수집한 물건을 사진으로 찍는 작업도 한다. ‘문라이징 Ⅲ’라는 달항아리 사진 연작이 한 예다. 조선시대에 뭔가를 담아놓는 용도로 쓰이던 달항아리는 훗날 애호가들 사이에서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수집품이 됐다. 구본창이 사진으로 담아두기까지 했으니 이중으로 의미가 부여된 셈이다. 둥근 정도와 표면 얼룩의 형태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 달항아리들을 작가는 각기 다른 톤의 배경으로 찍었다. 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어 마침내 환하게 빛을 발하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달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어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래된 물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그것을 선택해 삶의 향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에 귀해 보이는 것이다. 삶에 의미가 돼준 물건이라면 수집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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