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조의 만사소통] 마음을 이어주는 선물

관리자 2024. 1.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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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좀 보낼래?" "왜?" "선물 하나 보내려고." "오 그래?" "근데 선착순이다." 친구가 난데없이 선물을 보내겠단다.

소통이란 이런 게 아닐까? 작은 선물 하나로 웃고 즐거워하는 것.

그래서 선물은 멋진 소통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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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지갑 여는 선배에게 보답하려
식사 후 몰래 계산했다가 꾸지람
고민 끝에 단팥빵 한봉지 건네자
그제서야 “고맙다” 흔쾌히 받아
선물, 정성 듬뿍 담긴 소통수단
받을 때보다 줄 때 가슴 더 뭉클

‘따르릉 따르릉’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주소를 문자메시지로 좀 보낼래?” “왜?” “선물 하나 보내려고.” “오 그래?“ “근데 선착순이다.” 친구가 난데없이 선물을 보내겠단다. 고마운데 선착순은 또 뭐래? 빨리 주소를 보내야겠다.

연말연시에 선물을 주고받곤 한다. 이때쯤이면 길거리에서 쇼핑백 하나둘씩 들고 서 있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모임에서 준비한 특별 선물일 것이다. 다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분명 평소의 저녁 모습과 다른 연말연시의 따뜻한 풍경들이다.

그런데 선물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늘 받기만 했던 것 같다. 선물을 줘본 적은 드물다. 그동안 참 염치없이 산 것 같다. 그래서 염치 있게 살아 보려고 선물을 준비했다. 사연은 이렇다.

늘 맛있는 걸 사주는 선배가 있다. 비싸든 싸든 무조건 그 형이 다 낸다. 언제 만나도 난 빈대다. 후배니까 별로 미안한 마음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괜히 미안해졌다. 그래서 뭔가 보답을 해야겠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식사를 끝낸 다음에 화장실 가는 것처럼 나와서 미리 계산했다. 그랬더니 이 형이 노발대발. 네가 정 사고 싶으면 선배가 되란다. 자기가 동생이 되겠다고. 서슬 퍼런 말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결국 그 형이 내 카드로 한 결제를 취소하고 자기 카드로 다시 계산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리고 참 고마웠다.

그로부터 얼마 후 또 만나는 날이 다가왔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이번엔 지하철역 안에서 크림 단팥빵을 샀다. 1만원밖에 안하지만 예쁘게 포장해서 가지고 갔다. 만나자마자 그냥 안겨줬다. 이건 선물이라고. 내 마음이라고. 이번엔 마다하지 않았다. 맛있는 고기를 다 먹고 나서 그 형이 말했다. “고마워.” 처음 듣는 말이었다. 뭉클했다. 가슴이 뜨근뜨근해졌다. 선물을 받을 때 못 느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 선물을 주니 그 이상이 돌아왔다. 말로 딱히 표현하기엔 좀 힘들지만, 뿌뜻함·따뜻함·친밀감 같은 것이 몰려왔다. “이거 한번 먹어볼까?” 형이 포장을 뜯어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순간 하얀 크림이 쏟아져 나와 입가에 잔뜩 묻었다. 깔깔깔 껄껄껄. 서로 박장대소를 했다. 하얀 크림을 두고 나눈 웃음 속에서 형과의 우정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

소통이란 이런 게 아닐까? 작은 선물 하나로 웃고 즐거워하는 것. 뭔가 따뜻함을 주고받는 것. 또 작은 선물 하나로 몇십년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 한번의 만남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것. 작은 선물이 이렇게 순간의 만남을 영원으로 가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선물은 멋진 소통 수단이다. 마음과 마음을 쉽사리 이어주는, 그 어떤 말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훌륭한 소통 수단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선물을 주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선물이 꼭 비쌀 필요는 없다.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 있으면 된다. 지하철역에서 당장 5000원짜리 장갑을 사야겠다. 누굴 줄 거냐고? 그건 비밀이다.

주소를 받은 친구가 전화를 했다. “야 네 주소 받았는데 아무래도 선착순에서 밀리겠다. 그래서 이번 선물은 없는 거로 하자.” “왜? 몇번짼데?” “앞에서 두번째.” “근데 왜 밀렸어? 선물을 한명한테만 주냐?” “아니 다섯명한테 줄거야.” “그럼 나한테도 줘야지.” “뒤로 선착순이거든.” “뭐?”

곧장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가 아무리 빨리 주소를 보내도 넌 무조건 탈락이었어.” “왜?” “네가 빨리 보내면 뒤로 선착순. 네가 늦게 보내면 앞으로 선착순. 히히” 오 마이 갓. 친구 놈들이 날 놀려 먹은 것이다.

‘딩동딩동’ 택배가 왔다. 어 이건?

그렇다 바로 그 친구 놈이 보냈다. 과메기 한상자를.

김혁조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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