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LED TV에 플라잉카까지... CES에 '중국'이 돌아왔다, 더 화려하게
올해 1,100여 곳 참가... "중국 귀환" 평가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전자업계 강호들의 전시관이 몰려 있는 센트럴홀에 들어서자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듯한 거대한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TV업체 TCL이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6대를 이어 붙여 연출한 것이었다.
미니 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크기의 초소형 LED를 빼곡하게 박아 제작한 TV다. 중국 업체들은 원래 가격이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을 주력으로 내세웠으나, 최근에는 LED TV 등 고급 TV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올해도 센트럴홀 입구 바로 앞 명당자리에 초대형 전시관을 꾸린 TCL은 그중에서도 관람객에게 가장 잘 노출될 수 있는 자리에 이 제품을 배치하고 있었다.
TCL 건너편엔 또 다른 중국 TV업체 하이센스의 전시관이 있었다. 이번엔 또 얼마나 큰 TV를 전시했을까, 기대를 갖고 찾은 전시관에서 정작 눈에 띈 건 따로 있었다. 미래형 자동차 모조품이었다. 차 앞 유리창에 홀로그램으로 도로 정보, 차량 정보 등을 띄워주는 기술을 시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이 디스플레이 시스템으로 이번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하이센스가 가전을 넘어 전장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하이센스는 전시 기간 110인치짜리 대형 미니 LED TV 실물도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사라진 지 1년 만... 기술력 끌어올려 귀환
"중국이 돌아왔다." 이번 CES를 두고 외신을 중심으로 나오는 평가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엔 TCL, 하이센스를 포함한 중국 소재 기업 1,100여 곳이 참가한다. 500곳이 조금 안 됐던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CES는 한때 첫 글자 C가 뜻하는 게 중국(China)이란 농담까지 오갈 만큼 중국 업체들의 참가가 많았다. 2018년엔 무려 1,5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출·입국 제한, 미중 갈등 악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엔 참여가 크게 축소됐다. 이 때문에 "중국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다시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이 같은 '중국의 귀환'에 대해 존 켈리 CTA 부사장은 "몇몇 중국 대기업들이 올해 CES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말로 성장이 두드러지는 건 소규모 기업"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일부 대기업만이 이슈가 됐던 수년 전과 달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게 올해 중국 업체 전시의 특징이란 뜻이다.
'중국판 플라잉카'도 등장 예정
중국 청소기 제조업체 드리미는 이번 CES에서 머리카락 등을 빨아들인 뒤 잘게 잘라서 브러시에 엉키지 않도록 하는 청소기 신제품을 전시한다. 빔프로젝터 전문 기업인 엑스지미는 자칭 '세상에서 가장 밝은 프로젝터'인 '호라이즌 맥스'를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증강현실(AR) 안경을 만드는 엑스리얼은 699달러짜리 스마트 안경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예고해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와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가격은 4배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샤오펑모터스는 이번 CES에서 중국 전기차업체 중 처음으로 이른바 '하늘을 나는 자동차'(플라잉카)로 불리는 수직이착륙기를 전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전기차 업체 지리,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계약을 맺은 우한 소재의 자율주행칩 제조사 블랙세서미 등의 전시도 기대를 모은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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