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식기세척기 소음 수준"…현대차그룹, 도심항공 기체 첫 공개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이 2202년 7월 영국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선보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이미지.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도심 모빌리티 기체의 첫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면서도 소음은 식기세척기 수준에 불과해 도심 속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실내는 현대차그룹의 경쟁사와 차별화된 자체 모빌리티 역량을 더해 2인, 4인, 화물 전용 등으로 자유롭게 변형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이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2024(이하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기체다. 이번 실물 모형 공개는 지난 2020년 CES에서 첫 비전 콘셉트 S-A1을 제시한지 4년 만이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와 벤 다이어천 슈퍼널 CTO(최고기술책임자),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기아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가 각각 발표자로 나섰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 가능하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Rotor)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든 승객 탑승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기체에는 틸트 로터 추진 방식이 적용된다. 회전 날개인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구조를 통해 이착륙 시에는 양력을 얻기 위해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다가 순항 시에는 전방을 향해 전환된다.

S-A2는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의 순항 속도를 목표로 한다. 도심 위를 비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기체 작동시 발생하는 소음도 최소화할 계획으로, 운항 시 소음을 60~70 데시벨(dB)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식기 세척기의 작동 소음에 불과한 수준이다.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기체의 로터와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비행 제어 컴퓨터 등 모든 주요 장치에 비상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가 적용된다.

슈퍼널은 S-A2가 상용화되는 2028년까지 야간과 다양한 기상조건에서도 계기와 관제 지시에 따라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도록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수준의 엄격한 비행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S-A2 기체의 내외관은 슈퍼널과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모든 엔지니어링과 통합 기체 디자인은 슈퍼널이 담당했으며, 내·외관 스타일링은 루크 동커볼케 사장의 주도 하에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가 맡았다.

기체 내부는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의 캐빈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도록 하면서도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는 추가 공간을 확보했다. 인체공학적으로 조형된 시트는 승객에게 안락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직 비행시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또 풍부한 조명과 반투명한 소재를 적극 활용해 자칫 좁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승객 좌석은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 정해진 노선과 스케줄에 따라 운항하는 항공기와 달리, S-A2는 4인 승객석이 필요에 따라 VIP를 위한 2인석이나 모든 시트를 덜어낸 화물칸으로 바뀔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은 대형 LED 스크린 앞 360도로 회전하도록 전시된 S-A2 기체를 통해 LA 상공을 누비는 시뮬레이션을 체험하게 된다. 동시에 전시장에 마련된 컨트롤 룸에서는 AAM이 이륙해서 착륙하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기상 상황에 따라 항공관제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슈퍼널은 또 LA 시내를 표현한 디오라마를 통해 메가시티에서 AAM 네트워크가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작동하는 모습을 연출로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부스도 구성했다.

슈퍼널은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연구개발(R&D) 부문과 현대모비스가 지속 협업할 계획이다. 또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와 협력해 무인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연방항공청(FAA)과 협력해 지금의 교통 생태계와 AAM을 안정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신재원 CEO는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은 2028년 AAM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 개발을 지속하고 미래 AAM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해 전세계 기업 ·정부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