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보다 조명받아야 할 '대비'와 '훈련' [광화문]

김주동 국제부장 2024. 1. 1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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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간 충돌 및 화재 사고 때 일본항공(JAL) 여객기에서 379명 전원이 사망자 없이 탈출한 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30년 경력의 다른 일본항공 전 승무원은 TV아사히에서 이번 탈출 성공 사례는 "절대 기적이 아니다"라면서 평소의 '반복된 훈련', 사고 상황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비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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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 (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착륙 직후 활주로를 달리던 JAL 여객기가 해상 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해 불에 탄 모습이 보인다. 2023.1.3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간 충돌 및 화재 사고 때 일본항공(JAL) 여객기에서 379명 전원이 사망자 없이 탈출한 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기적'(불가사의한 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18분간의 대탈출 이후 폭발음과 함께 불이 번지며 항공기 동체는 전소됐다.

이번 일에 대해 현지 업계 전문가들은 기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저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2016년 2월. 일본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서는 일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전 엔진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역시 승객들의 비상탈출이 진행됐다. 승객 165명 중 1명은 흉추골절상 중상을 입었고 다른 2명은 경상을 입었다.

올해 사고에 비해 큰 화재는 아니었지만 탈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승객들이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수하물들을 챙겼고, 승무원들이 탈출 직전 수거한 이런 짐들은 조종실 문을 막아 기장이 현장에서 탈출 지휘를 하지 못했다.

2017년 12월.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이 사고에 대한 보고서에서 승객들이 수하물을 챙기는 일이 중대 상황에서 발생했다면 위험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항공에 따르면 이후 회사는 승무원 정기 훈련에 수하물을 든 손님이 몰릴 경우 대응법 등을 추가해 훈련을 강화했고, 승객용 기내 안전 영상에는 비상탈출 시 수하물 소지 금지, 탈출 협력 등 내용을 반영했다.

#. 2024년 1월 2일 사고 당시 영상에는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다. 영상에서 객실 승무원은 분명하고 강한 어조로 "짐 들지 마요! 괜찮아! 침착해요!"라고 말한다. 비상문 앞에선 "이리 와요! 점프!"라고 외친다. 공손한 표현이 아니다. 같은 항공사 전직 승무원은 이에 대해 TV아사히에서 "(객실 승무원이) '보안요원'이 된 상황에서는 존댓말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단호한 목소리는 신뢰감을 줘 승객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는 기내 방송도 되지 않고 연기가 실내로 들어오던 긴박한 상황. 승객들도 협조했다. 영상에서 한 승객은 "짐 꺼내지 마!"라고 외친다. 승무원의 얘기를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것이다. 8년 전과 달리 이번 사고에서 거의 모든 승객은 수하물을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30년 경력의 다른 일본항공 전 승무원은 TV아사히에서 이번 탈출 성공 사례는 "절대 기적이 아니다"라면서 평소의 '반복된 훈련', 사고 상황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비결로 꼽았다. 객실 승무원들은 바깥의 화재 상황을 보고 판단해 8개 비상문 중 3곳을 열었다. 기장은 충돌에도 불구하고 활주로를 이탈하지 않고 항공기를 세웠다.

#. 우리나라에서도 긴급전화 번호는 짧다. 외우기 쉽도록 한 것인데, 응급 상황이 막상 닥치면 알던 것도 잘 생각 나지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평소 미리 준비하고 충분히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훈련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훈련에 진지하게 임했다고는 나 스스로도 말할 자신이 없다.

지난해 8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6년 만에 열렸다. 남북 대치가 여전하고 해외 전쟁이 실재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현장이 어수선하고 훈련 내용이 불충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부터는 재난 대비 민방위 훈련도 재개된다고 한다. 또 최근 아파트 화재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서울시에서는 오늘(10일) 오후 7시 입주민 자율 대피훈련 및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한다고 한다.

옆 나라의 기적은 그냥 일어나지 않았다. 충분한 대비와 연습이 더 나쁜 일을 막을 수 있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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