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전력반도체 경력사원 채용은 어려운 현실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2024. 1.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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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전문가 태부족, 동남아에는 고급 인력 많아
현지채용 부산시 지원 절실…국제 산학협력 시범운영을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필자는 앞선 여러 글에서 수도권에서 지방, 특히 부산으로 이전한 중소기업의 직원 채용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했고 해결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지역 인재를 채용하기 어렵다. 최근 한 언론보도에서 부산 청년 3명 중 1명이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를 원하며,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이유로 제시됐다. 부산 지역 젊은 인재들의 수도권 이동 현상은 1970년대 국내 산업화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전력반도체 사업을 위해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필자의 회사 뿐만 아니라 전력반도체 관련 밸류체인을 형성하기 위해 부산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다른 중소기업들의 인력 충원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회사는 전력반도체를 제조한다. 대부분 글로벌 전력반도체 회사인 필자의 고객사들은 생산공장이 주로 동남아(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있어 필자는 자주 방문한다. 동남아에 있지만 글로벌 전력반도체 공장에서 제조 경험이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자국에 있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공장보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에 있는 회사에 취업하기를 희망 한다. 그 회사가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자국의 글로벌 전력반도체 회사보다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고 자국의 교통과 문화적 혜택보다 한국이 앞서 있어 인재들이 한국 내 취업을 원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인력의 한국 내 실정은 어둡기만 하다. 20년 이상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생태계가 형성되고 상대적으로 전력반도체는 등한시 돼 생태계가 거의 깨져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전력반도체 개발이나 생산을 직접 경험한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전력반도체 생산을 경험한 경력 사원(엔지니어 또는 생산직군)을 고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기업들도 향후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사업을 위해 중소기업 인력을 빼가는데 급급한 모양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보다 급여나 복지가 밀리기 때문에 잘 키운 인력을 어쩔 수 없이 내주어야 하는 악순환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개발 연구원이나 생산 직원을 교육만 시키고 정작 회사에 도움이 될 시점에는 대기업에 ‘빼앗기고’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려야 할까?

아니다. 방법이 있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전력반도체를 경험한 해외 인력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이다. 3년 전 필자 회사가 동남아에 위치한 해외 유명 글로벌 전력반도체 회사의 경력사원을 뽑은 적이 있다. 당시 한국대사관도 동남아 사람이면 반도체를 만드는 고급 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필자 회사는 2년 넘게 대사관과 국내 이민 담당자를 만나 동남아 인력이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고급 인력이라고 설명을 했다. 결국 동남아 엔지니어를 필자 회사에 채용했다. 지금도 필자 회사는 국내에서 경력자를 구할 수가 없어 동남아에서 고급 엔지니어들을 채용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채용을 위한 면접과 비자 발급, 기타 비용은 중소기업에 만만치 않다.

부산시는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전력반도체와 관련 밸류체인 회사들을 집중 육성해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기술선도 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게 과감하게 투자 및 지원을 함으로써 부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가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받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부산에서 전력반도체 및 관련 사업을 하려는 기업의 인력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이 발전해야 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전문가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문가를 해외, 특히 동남아에서 데려올 수 있게 부산시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국제적 산학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이다. 국내에는 기업과 지방 대학 간의 인력 채용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개인의 직업 선택 기본권 때문에 프로그램 완료 후 해당 중소기업으로 취업률이 높지 않다. 만약 국제적 인력 수급에 관한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면 개별 회사 또는 부산시와 해외 대학 간 협약을 통해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원하는 성실한 졸업 인력들이 부산으로 유입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수립할 수 있도록 전력반도체 관련 회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하면 좋겠다.


이제는 부산시의 해외 인력 채용이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필자 회사나 다른 중소기업들의 단순 근로자 확보에 목적을 두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넘어 인구가 감소하는 부산시 전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유능한 기본 노동 인구를 확보해야 하는 해결책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생각한다. 전력반도체 클러스터를 부산시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안에서 꽃을 피우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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