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엑스포 외교’는 계속돼야 한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40개가 넘는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을 때의 일이다. 모 국가 정상이 회담을 위해 우리 유엔대표부로 오던 중 길에서 발이 묶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등장으로 일대 교통이 마비된 것이다. 그러자 이 정상은 잠시 고민하다 차에서 내려 배우자 손을 잡고 회담장까지 10분을 넘게 걸어왔다고 한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한 인사는 “한국의 개발 원조를 받겠다며 정상이 나서서 아등바등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했다.
신생국 대한민국도 73년 전 거기 있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장면 주미 대사는 워싱턴DC에서 뉴욕 유엔본부로 질주했다. 비회원국이지만 안보리 이사국들에 읍소해 4분 동안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남침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절절하게 호소했으니 그 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 반 동안 민관이 드라이브를 건 ‘엑스포 외교’는 세계 최빈국에서 G7(7국) 반열에 올랐다는 한국의 국제사회 속 위상을 또 한번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 기업인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사람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거의 모든 순간 환대를 받았다.
유치전 참패(29대119)의 징비록은 써야 한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만 매몰돼 미·중·일·러 이른바 ‘4강 외교’에 머물렀던 우리 외교의 지평이 전례 없이 확대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수교 60년이 다 되도록 우리 정상과 장관의 발이 닿지 않은 어느 국가에도 고위 공무원이 사무관 한 명의 손을 잡고 방문했다. 전력난으로 엘리베이터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그 나라 외교부 청사에서 장관이 버선발로 나와 “왜 이제 왔냐”며 감읍했다고 한다. 대통령이나 장관 특사로 파견된 기업인들은 그저 위험하다고만 생각했던 오지에도 자원과 시장, 기업가 정신을 자극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돌아왔다.
정부 최고위급 인사는 “엑스포 유치전 참여를 계기로 구축한 관계를 이어 나가려면 나라별로 상반기·하반기 1년에 2번 정도는 고위급을 계속 보내야 한다”고 했다. 엑스포 유치전이 끝났다고, 그 나라가 한국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 아니라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면 그게 유치 실패보다 더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일 것이다. 동맹이 아니어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어려울 땐 부담을 같이 짊어져 줄 친구를 많이 만들어 나가자는 게 ‘글로벌 중추 국가’ 아닌가. 당장 올해 6월엔 사상 최초로 50여 개 아프리카 정상들이 집단 방한한다. 오늘까지만 슬퍼하고 내일부터는 신발 끈을 조여 묶고 다시 뛰자. 실의와 비관, 책임 공방에만 빠져있기엔 한국 외교 앞에 놓인 과제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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