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구내식당 출입제한

이노성 기자 2024. 1.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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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동어시장의 새해 첫 경매 사진은 늘 조간신문을 장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구내식당 물가는 11.2% 치솟았다.

부산 강서구청 구내식당이 대표적이다.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구내식당도 동네 주민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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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공동어시장의 새해 첫 경매 사진은 늘 조간신문을 장식한다. 이곳의 숨겨진 명물은 구내식당.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함’이 침을 고이게 한다.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이 다녀간 맛집으로 유명하다. 인기 메뉴는 노릇한 구이와 매콤한 김치찜을 곁들인 고등어 정식. 2인분이 2만5000원으로 싸지는 않다. 고물가 영향이다. 기자가 해양수산을 담당하던 2007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래도 손님 발길은 이어진다. 가성비가 지갑을 열게 한다.


몇 년 새 구내식당 가격이 크게 올라 직장인 한숨 소리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구내식당 물가는 11.2% 치솟았다. 전국 인상률(6.9%)보다 무려 4.3%포인트 높다. 부산 편의점 도시락 물가 역시 지난해 5% 넘게 뛰었다. 가구당 처분가능소득이 1.2% 오를 때 외식물가는 6% 급등해 서민 주머니를 털었다. 대표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백반은 1년 새 11.2%(한국소비자원) 상승했다.

전방위 물가 인상은 오히려 구내식당 인기를 더 높였다. ‘점심값 1만 원 시대’에 식비 3000~4000원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1인분이 5000원대인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일반인도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다. 부산 강서구청 구내식당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점심시간에 늘 긴 줄이 생긴다. 민원인은 물론 대저생태공원 파크골프장 이용객이 대거 찾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이 오후 1시45분까지 ‘3교대 식사’를 한다.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구내식당도 동네 주민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성지’다. 1인분 5000원에 메뉴도 다양해 오전 11시30분이면 100명 넘게 대기한다. “런치 플레이션의 마지막 비상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근 조리실 환경 리모델링을 마친 부산시청 구내식당이 외부인 출입을 전면 제한해 원성이 높다. 운영 주체를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문제다. 부산시는 “식품위생법상 직영 구내식당은 ‘집단급식소’가 된다. 집단급식소는 불특정 다수에게 음식을 제공해 영리를 추구해선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밥값이 너무 올라 갈 데가 마땅치 않은데”라며 항의하는 단골이 많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65세 이상이어서 마음이 더 쓰인다. 우리 주변에는 한 푼 두 푼 아끼려 먼 곳까지 가 눈칫밥 먹는 이웃이 많다. 그들의 노고를 덜려면 소득 증가율이 물가 인상률을 앞서야 하는데 불황과 일자리 부족 탓에 녹록지 않다. 새해에는 경기 활성화와 격차 완화 정책이 성과를 거둬 서민 지갑이 두둑해지길 기대한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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