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은 ‘결핍’ 때문… 부족함 채우는 데 쉬운 길은 없어요

김한수 기자 2024. 1.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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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네 종교 성직자 모임 ‘만남중창단’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펴낸 '만남중창단' 박세웅 교무, 김진 목사, 성진 스님, 하성용 신부(왼쪽부터). / 고운호 기자

“얼마 후 저희가 결혼식 축가를 부르기로 했는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과 ‘사노라면’ 중 어느 곡이 좋을까요? 김 목사님은 결혼한 지 오래되셨고, 하 신부님과 저는 경험이 없어서….”

8일 간담회에서 성진 스님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물으며 웃었다. 성진 스님과 김진 목사(개신교), 하성용 신부(천주교), 박세웅 교무(원불교) 등 네 종교 성직자 4명은 2022년 ‘만남중창단’을 결성해 지금까지 60여 차례 토크콘서트 등을 열어왔다. 이들은 최근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라는 책을 펴내고 이날 간담회를 열었다.

책은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행복’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 등 주제를 놓고 편안하게 대화하는 형식이다. 책의 원칙은 ‘오버하지 말자’ ‘종교의 언어가 아니라 일반 언어로 쓰자’ 등이었다고 한다.

4대 종교 성직자들이 공동으로 쓴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표지.

대화 가운데 자연스레 차이점과 공통점이 드러난다. ‘행복’에 관해서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행복을 분수로 표시한다면 성직자의 분모는 ‘1′이에요. 분자에 어떤 값이 오더라도 그대로 행복이죠.”(성진 스님)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닙니다. 삶이 먼저고 행복은 따라오는 겁니다.”(김 목사) “성직자는 행복의 기준이 상당히 낮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행복하게 삽니다.”(박 교무)

감정을 다루는 법에 대해 성진 스님은 “화, 슬픔, 우울이 밀려와도 ‘일상의 루틴’을 따른다. 기도하고, 신도 만나고, 재를 지내다 보면 어느새 누그러져 있다”고 한다. 하 신부는 “예수님 성상을 바라본다. 그러면 ‘세상에 저분만큼 억울한 분도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중독’에 대해서는 ‘결핍’ 때문이라고 의견이 모였다. 부족함을 채우려면 희생과 수고가 필요한데 쉬운 길을 찾으려다 중독에 빠진다는 것. 그러면서 ‘우월 의식’ ‘권위 의식’은 성직자들이 경계해야 할 위험한 중독이라고 말한다.

‘눈감기 전에 빌면 구원받을까’란 질문에 4명의 대답은 모두 ‘아니다’였다. “쉽게, 한순간에 회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그 주변인들이 위안을 얻으려는 속셈에 불과하다”(김 목사)는 것. 종교인들은 ‘죽음이란 OOO이다’의 공란에 ‘삶’(성진 스님) ‘새 삶’(김 목사) ‘새로운 시작’(박 교무) ‘돌아가는 것’(하 신부)이라고 말했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 만나기도 한다”는 이들은 “함께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서로의 종교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매너만 있으면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남중창단’은 26일 저녁 홍대입구 ‘다리소극장’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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