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8]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현관으로 나오자 그곳에도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까맣게 밀고 밀리는 소란스러운 군중이었다. 그를 보기 위해서, 조르주 뒤루아를 보기 위해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파리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들자 아득히 멀리, 콩코르드 광장 저편에 국회의사당 건물이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마들렌 성당 현관에서 부르봉궁 현관까지 한달음에 뛰어갈 것 같았다. 그는 구경꾼들이 양쪽으로 울타리를 이룬 높은 돌계단을 유유히 내려갔다. 그러나 그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모파상 ‘벨 아미’ 중에서
야당 대표는 부산대 병원에서 수술에 필요한 검사를 받았지만, 가족과 측근이 ‘잘하는 곳’을 원한다는 이유로 혈세 2000만원이 드는 소방 응급 의료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됐다. 부산대 병원은 5년 연속 A등급을 받은 우리나라 최고 권역외상센터이자 최종 의료 기관이다. 2021년에 서울시가 중증 외상 최종 치료 센터로 지정한 서울대 병원보다 한 수 위인 셈이다.
두 병원은 환자 정보와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다. 마침 헬기장 공사로 노들섬에 착륙, 구급차로 복잡한 도심을 달려 이동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서울대 병원이 전원을 승인했다는 건 당대표의 상태가 응급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중증 외상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1시간이다. 대표의 수술이 시작된 건 피습 후 5시간 20분이 다 돼서였다.
모파상의 소설 ‘벨 아미’는 가난한 청년 뒤루아가 상류사회의 여성을 이용해서 출세의 고삐를 쥐게 되는 천박하고 비열한 성공기다. 기자로 일하면서 상류사회의 화려함과 돈의 위력을 알게 된 그는 정치인이 되면 원하는 걸 모두 소유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정치권과 밀착된 언론사 사장의 딸을 유혹, 권력이란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선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지는 환자에 관한 기사가 드물지 않다. 야당 대표가 국가 의전 8번째 서열이라 해도 9밀리미터 봉합이 필요한 환자가 응급 헬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몇 달이나 기다려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밀어내고 즉시 수술받은 것도 일반인은 꿈도 못 꿀 특혜다. 면책 특권에 의료 특권까지 누리는 정치인. 그래서 사람은 출세와 권력을 원하나 보다. 오래전에 그런 노래가 있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출세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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